이런 교회를 시작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가나에서 다양한 교회의 모습들과 여러 선교사역들을 보아오면서
나만의 사역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내 마음에 주님이 주신 것이라는 확신
보다는 의무감에서 이런 저런 시도들을 했을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정쩡하게 세월만 축을 내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위한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을 깨닫는다.
그동안 사실상 포기하고 미뤄두었던 신학공부를 학교의 배려와 격려로 2013년에 끝낼 수 있도록 하셨고,
졸업과 동시에 목사 안수를 받게 하신 것은 내겐 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졸업은 했지만 어떤 사역을 해야 할 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그냥 기도하면서 기다린 것이 내가 한 전부였다.
그러다가 그 해 9월 중순, 우연한 기회에 집에서 주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일이 시작되어 버렸다. 사실상 그 동안 3년
넘게 다니던 외국인들이 주로 모이던 인터네셔날 교회에 나가기 싫어서 꾀(?)를 부린 것이었는데, 주위에 우리가 교회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친구들이 여기 저기서 전화가 오고 한 번 가볼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보여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다 그냥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어정쩡하게 와도 된다고 하고 말았는데 그렇게 교회가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데 면면이 가히 놀라웠다.
가나에 와서 대규모 농업에 투자했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하루 하루 끼니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네덜란드인 부부,
역시 실패한 인생을 비관하면서 마약에 빠져 몸과 마음조차도 망가진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세 아이들을 데리고
가나로 도망쳐 나온 나이지리아 자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싱글맘 우간다 자매와 그 두 아이들, 3년 전에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해서 기억의 상당 부분을 상실한 채 하루 종일 방에서 홀로 방치되다시피 살아온 60대 핀란드
사업가,
그는 상당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가나 국적의 지금의 아내와 재혼하면서 핀란드 법정에 신고를 늦추는 사이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서 친권을 전처의 아들에게 빼앗기고 생활의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되었다.
결혼한 지 3년만에 신혼의 단꿈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건강하던 남편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뒷바라지
하느라 지칠대로 지친 그의 아내,
시골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왔다가 가정부로 일하는 여러 자매들, 가정집 경비원, 운전사 그리고 이웃의 가난한
아이들이 몰려왔다.
졸업하던 해에 사업이 망해버린 나 자신까지 치자면 우리 교인들은 모두 망해버린 사람들, 가난뱅이들, 실패자들로
구성된 이상한(?) 집단인 셈이다.
이 교회는 아직 간판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는 그야말로 초라한 사람들의 모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 작은 교회를 축복하셔서 우리로 소망중에 기뻐하게 하셨다.
"너는 어떤 교회를 할 것이냐?"
이 질문은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에 수강했던 "교회 개척"과목에서의 중요한 주제였다.
그때 나는 이렇게 나의 소망을 적었다.
"망하고 깨어진 인생들이 예수님을 만나 인생의 역전을 경험하는 교회"
지금 나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하나님은 모든 자원을 준비하시고 사람들을 일으키셔서 이 작은,
그러나 성장하는 당신의 교회를 시작하셨음을 나는 안다.
"주여, 망하고 깨어져버린 나의 인생이 주님의 손에서 재생되어져서 어떻게 아름답게 되어지는 지를 또 다른 망가진
사람들 앞에 증거하게 하옵소서.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제 인생은 무엇이며, 제가 전할 메시지는 어디에 있나이까?"
----아프리카 가나 올리버 가든 교회 김문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