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5일 쿠바 아바나에서 김장환 목사는 제19대 침례교세계연맹 총회장에 취임했다. 김장환 목사 (극동방송 사장,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
그를 만나면 마음에 평안이 온다. 이것은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의 제목이다. 나를 만난 많은 이들이 평안을 얻는다는 말을 들을 때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만남의 소중함이 새삼스러워진다. 만남의 연속이 결국 우리 삶을 이어주는 것이라고 볼 때 나는 너무나도 복받은 행복한 인생이다. 조용히 묵상에 잠길 때면 오늘날의 나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사랑이 스쳐 지나간다.
보잘 것 없던 한 소년을 침례교세계연맹 총회장이라는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로 세워주신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기 위해 나에게는 특별한 만남의 기회가 여러번 주어졌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그 만남을 가치있게 만들 수 있었다.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하던 16세 소년을 미국으로 데려가 공부시킨 칼 파워스 씨, 남편의 조국에 선뜻 따라 나섰다가 숱한 고생을 하면서 세 자녀를 잘 키운 사랑하는 아내 트루디, 수원중앙침례교회와 양로원·기독회관·중앙기독초등학교 교역자와 직원, 8개 네트워크로 확장하기까지 헌신적으로 일해 온 극동방송과 아세아방송 임직원들…. 또 대내외적으로 물질과 기도로 도와주신 수많은 분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면서 ‘만남의 축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되새겨본다.
1934년 경기도 화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막내로 태어나 일제 치하와 광복, 좌우대립의 혼란기를 거친 내 어린 시절은 가난과 암담한 미래를 앞에 둔 다른 많은 친구들과 다를게 없었다. 그러던 내게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1·4 후퇴때 퇴각해 수원교도소에서 잠시 머물던 미군들 심부름을 하는 하우스보이 생활을 하면서 50년 우정을 쌓아온 칼 파워스 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파워스 씨와의 만남은 하나님의 역사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파워스 씨는 내게 일생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나를 미국으로 데려가 공부를 시킨 것이다. 그것도 기독교학교인 밥 존스 중학교에 입학하도록 해 주었다.
나를 꼭 다시 한국으로 보내겠다고 어머니와 약속한 파워스 씨는 어려운 형편 가운데에서도 나에게 최고의 헌신을 보여주었고 나 역시 파워스 씨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전통적인 기독교학교 밥 존스에서 나는 가장 귀한 만남을 가졌다. 바로 예수님과의 만남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외로워하던 내게 전해진 복음은 말 그대로 기쁘고 복된 소식이었다. 죄인임을 고백하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나니 향수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온함이 자리잡게 되었다.
예수님을 믿고 난 후 내 마음은 하루빨리 내 가족과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찼다. 예수님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런 마음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복음전도자’에 대한 소망을 품게 해주었고 나를 신학대학으로 이끌었다.
밥 존스에서 가진 또하나의 만남은 아내 트루디와 맺어졌다. 늘 단정한 모습에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트루디와 교제하면서 내 삶의 빛깔은 더욱 아름다워졌다. 트루디와 결혼한 건 1958년 8월 8일이었다. 가정을 이룬 다음해 2월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때의 감격은 지금도 마음에 생생하다. ‘너는 주의 종이 되어라’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는 그 순간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고향 마을과 어머니였다. 그해 12월 나와 아내는 풍요의 땅 미국을 떠나 가난에 신음하는 고국으로 오는 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