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였다. 동시에 지루하고 복잡하다는 느낌도 지우기 힘들었다.
찬송과 고백의 순서도 많았지만 각각의 순서마다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건 미처 몰랐다.
지난 21∼22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서 진행된 한국기독교학회 제45차 학술대회의 개·폐회 예배는 이색적이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행해졌던 칼뱅·루터식 예배로 각각 드려졌는데, 학회 회원들과 함께 참석해봤다.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주님의 이름에 있도다.”(시편 124:8)
21일 오후 개회예배는 예배 인도자가 이 구절을 낭독하면서 시작됐다.
장 칼뱅(1509∼1564)이 만든 예전을 본 딴 칼뱅 예배 모델의 핵심은 시작부터 의미가 남달랐다.
개회 예배를 디자인한 김경진(장신대 예배설교학) 교수는 24일 “‘우리 도움의 원천은 하나님이다’라는 고백은 칼뱅식 예배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며
“모든 은총은 인간의 선행이나 다른 그 무엇으로부터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고백으로, 종교개혁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죄의 고백’과 ‘사죄의 확인’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신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다’
(만인제사장설)는 믿음과 종교개혁의 정신에 따라 누구든지 공적인 예배에서 하나님 앞에 나와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튿날 오전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예전을 준용해 루터식으로 꾸며진 폐회예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음악이었다.
예배 때 불린 찬송은 총 9곡. 개회 예배 때 부른 찬송(4곡)이나 한국교회의 보편적인 주일 예배 때 부르는 찬송 횟수(3∼4회)의 배 이상이었다.
이말테(루터대) 교수와 함께 폐회 예배를 디자인한 안덕원(횃불트리니티신학대) 교수는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한 루터는 음악을 가장 효과적인 복음전달의 수단으로 여겼다”면서 “루터식 예배는 칼뱅 모델에 비해 음악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초대교회로부터 물려받은 예배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예배의 4중 구조’ 또한 루터식 예배만의 색깔이다.
‘예배를 위한 나아감’ ‘말씀의 증언’ ‘성찬식’ ‘파송’ 등이 그것이다.
안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는 찬양의 반복성, 예배 순서의 간소화,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라는 특징이 다분하다”면서
“19세기 미국 대각성 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종교개혁 당시의 예배는 신학적이면서 조화와 정돈, 절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믿음의 선배’들이 이같은 예배를 통해서도 깊은 은혜를 누려왔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