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11년차인 베트남 여성 레디토하(46)씨는 고민 끝에 아들 오모(10)군을 지난 26일 대전 한남대에서 열린 영어캠프에 참가시켰다.
일반 영어캠프에선 아들이 한국인 아이들 틈에서 위축될까 염려했지만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영어캠프란 소식을 듣고 안심하고 보냈다.
레디토하씨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겪어 본 한인교회 1.5세대 청년들이 와서 더 의미 있는 영어캠프였다”고 말했다.
한남대 글로컬다문화지도자양성사업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인교회들과 협력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대전 대덕구 한남대 정성균선교관에서 제1회 ‘2017년 글로컬 다문화 징검다리 영어캠프’를 개최했다.
이번 캠프의 특징은 미국 사회에서 소외를 경험한 한인교회 1.5세대 청년들이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찾았다는 점이다.
임봉한(움직이는교회) 목사는 “소수 인종으로서 차별을 겪었던 한인 1.5세대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미국 공립초등학교의 이민자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공부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 같은 동요나 ‘아기 돼지 삼형제’ ‘개미와 베짱이’등 연극을 따라하며 자연스레 영어 말하기를 배웠다.
글쓰기 시간엔 종이에 자신의 실루엣을 그리고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적거나 그림을 채워 넣었다.
어머니 나라의 국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그려 넣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오전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교육 세미나도 열렸다. 러시아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온 학부모 2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를 진행한 미셸 김 서던캘리포니아대 상담실습 교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가정에서 잘 자라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건강해져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한국사회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은 발표회로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영어노래 발표와 연극 공연을 통해 2박3일간 갈고닦은 솜씨를 선보였다.
첫무대에 선 6세 유치원생들은 자기 몸통만한 노란색 종이별 목걸이를 걸고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을 영어로 부르며 율동을 선보였다.
자녀들의 깜찍한 모습을 본 학부모들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아이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영어 연극을 준비한 초등학생들은 서툰 발음이지만 또박또박 대사를 말하며 역할에 집중했다.
어머니들은 연극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자녀들을 안아주며 “잘했어”라고 등을 토닥였다.
이번 캠프에는 대전에 사는 다문화가정 초·중학생 36명이 참가했다. LA에 있는 움직이는교회 충현선교교회 등의 교인 19명과 한남대 기독교학과와 교육학과 학생 17명도 교사와 도우미로 참석했다.
캠프를 총괄한 사업단 계제광 교수는 “한국교회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어떻게 잘 섬길 수 있을지 더 고민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문화영어캠프를 통해 아이들에게 도전을 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