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기독교총연합회 창립총회

전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전기총)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지역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를 표방하며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9개 도, 16개 시 지역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과 사무총장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창립총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격려사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김진호 목사의 설교로 순탄하게 시작됐다.
조용기 원로목사는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 이날 개회예배에 참석해 “처음에는 한기총과 NCCK 외에 또 다른 단체가 설립되는 것 같아
반대했다”면서 “하지만 이 두 단체가 아우를 수 없는 중소교회들과 농어촌 교회와 같은 풀뿌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 자리에 나왔다”고 격려했다.
설교를 맡은 김진호 목사 역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기독교가 하나될 수 있도록 아우르는 역할을 잘 감당해서
그런 우려가 기우였음을 확인시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개회예배는 원로 목회자들의 지지와 축복 속에 시작됐지만, 문제는 창립총회에서 드러났다. 임원선출을 위해 구성된 전형위원들이
대표회장으로 엄신형 목사, 사무총장으로 이상형 사관을 선출한 것에 대해 지역대표들이 반발한 것이다.
임원 선출은 중앙(서울)에서 선출된 4명, 지역에서 선출된 3명으로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전형위원들이 맡았다.
이들은 정회 후 대표회장으로 엄신형 목사, 사무총장으로 이상형 사관을 추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낸 엄신형 목사는 서울특별시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으로서,
이상형 사관은 전기총 추진위원회 총무 역할한 것에 대한 인정으로서 초대 임원으로 선출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지역 대표들은 지역을 아우르려는 취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전라북도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전춘석 목사는 “지역을 아우르려고 했다면 지방에서 4명, 중앙에서 3명으로 전형위원을 구성했어야 한다”며
“서울기독교총연합회에서 대표회장과 사무총장이 다 나오면 기존의 단체들과 다를 바가 뭐냐”고 비판했다.
강원도기독교총연합회 오승룡 목사 역시 “우리는 지역의 뜻을 수렴해 줄 것으로 알고 멀리서 온 것”이라며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처음부터 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고 할 것이지, 왜 지역을 아우른다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지역 대표들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 대표들끼리 논의할 것을 요청, 이상형 사관은 사무총장으로 받아 들이되
엄신형 목사는 대표회장으로 인준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역 대표들의 반발에 임시의장을 맡은 최병두 목사와 이상형 사관은
‘창립총회이니 다음부터 잘 해나가자’고 설득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지역 대표들의 거센 반발만 샀다.
대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오정호 목사는 “판을 새롭게 하고 지역 대표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여기 모인 것이지,
기존의 단체들과 같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광역시 대표들 중 누가 대표회장이 되더라도 돈 냄새 나지 않는 단체로 잘 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시기독교연합회 한 목회자는 “지역 대표들의 뜻을 존중하지 않고 이렇게 한다면 우리는 따르지 않겠다”며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회의가 길어져 장소 사용이 어렵게 되자 19층 매화홀로 옮겨 회의가 진행됐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자 이상형 사관이 무릎을 꿇고 울먹이면서 “제발 봐 달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정회 후
한 달 뒤 다시 모여 대표회장 및 임원을 선출하기로 하고 회의는 끝났다.
경북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이상철 목사는 “지역의 목소리를 잘 아우를지 어떨지 지켜보려고 왔는데 역시나 이런 모습이었다”며
“지역연합회는 지역 기독교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힘이 되어 줄 연합 차원의 단체를 필요로 하는 것인바
또 하나의 정치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전국의 지역기독교연합회를 아우르는 ‘비정치 단체’를 표방하고 창립이 추진된 ‘전국기독교총연합회’가 본래의 취지에 맞는 단체로
시작할 수 있을지, 또 다른 정치 세력이 될지 한 달 후 있을 창립총회 속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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