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없었지만 간절한 기도가 있었다. 현실은 절망적이었지만 성경 말씀 속에서 소망을 발견하는 귀한 자리였다.
서울에서 열린 기도회였지만 전 세계 한인 크리스천들의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었다.
‘이 땅을 회복하여 거룩하게 하소서’(호 6:1)를 주제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는
시종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나라와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지혜를 구하는 데 집중했다.
“기도하는 당신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면서 시작된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의 설교 메시지는 힘이 있었다.
‘사방에 욱여쌈을 당할 때’(시 3:1∼8, 고후 4:8∼10)를 제목으로 한 설교에서 정 목사는 성경 속 다윗이 그의 일생 가운데 가장 큰 시련을 당했을 때를 끄집어냈다.
당시 다윗은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사방팔방에 포진한 대적들에 쫓겨 맨발로 도망가는 상황이었다.
정 목사는 “지금 우리나라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사방에 욱여쌈(둘러싸임)을 당할 때가 있다”면서
“이때가 하나님을 만날 절호의 기회임을 기억하며 하늘에 열린 문을 두신 하나님을 바라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 기도하는 ‘믿음의 방패’와 믿는 대로 이뤄질 것을 앞서서 믿는 ‘선취적 신앙’도 강조했다.
갈등과 반목, 불안과 탄식의 나날을 걷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서 교회와 목사의 역할도 제시됐다.
“교회는 마음 둘 곳을 몰라 방황하는 이들에게 도피성과 같은 생명의 피난처가 돼야 합니다.
목사들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으로 편을 가르기보다 상처받은 영혼을 품어야 합니다.” 참석자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공동기도문’으로 ‘오늘 우리는 주님 앞에 선 죄인들입니다. 좁은 문은 피하고 넓은 길을 택했으며, 어둠을 사랑하고 불의한 길에 나서기를 먼저 했습니다.…
아픔이 있는 영혼들을 치유해 주시고 좌절 속의 다음세대를 일으켜 주소서.…’(공동기도문 중)
올해 국가조찬기도회에선 특별한 순서가 마련됐다.
강국창 국가조찬기도회 부회장이 대표로 낭독한 공동기도문은 시인이자 월간목회 대표인 박종구 목사가 작성했다.
전국의 5만 교회 및 해외 한인교회 교인과 선교사들, 기도원, 복음단체, 신학대 등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가 같은 시각 함께 기도하는 내용이라고
채의숭 국가조찬기도회장은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석한 것도 올해 조찬기도회에서는 특별했다.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이번까지 3차례다. 김영삼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각각 한차례 불참한 적이 있다.
황 권한대행이 스스로 ‘기독자’라고 밝히며 한국교회에 기도를 당부할 때 참석자들은 따뜻한 박수로 호응했다.
채의숭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도회에서는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과 정경두 공군참모총장,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등이 각각 나라와 민족, 한반도와 세계평화, 한국교회 갱신을 위해 특별기도를 했다.
개회 기도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축도는 이정익(신촌성결교회 원로) 목사가 했다.
국가조찬기도회 정근모 전 회장과 이광자 부회장은 성경봉독자로 나섰다.
솔리데오 장로합창단 등 3개 장로합창단은 특별찬양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로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