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세계 최대 선상서점’ 로고스호프가 한국에 입항했다.
다양한 기독교 서적을 저렴하게 보급하며 선교의 열정 가득 실은 이
배는 울산과 부산, 군산을 거쳐 인천에 정박 중이다.
그리고 배는 일주일 후(19일) 대만으로 출발하게 된다.
떠나면 한국엔 몇 년 후를 기약해야만 하는 로고스호프, 떠나기 전 로고스호프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침몰의 아픔, 로고스호프의 모두를 하나로
“세월호 사건을 보니 26년 전 로고스호 침몰이 떠올라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아파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로고스호에 승선한지 어느덧 28년이 된 로고스호프 한국방문위원회 이영규 실행총무(이하 이영규 목사)는 1988년 칠레 비글해협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캄캄한 한밤중, 로고스호가 암초에 부딪혔다. 밀려오는 바닷물은 배 밑바닥을 적시기 시작했으며 배는 갑자기 기울어졌다.
침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탑승객 139명은 전원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평소 엄격한 비상대피훈련을 받았던 결과다.
“단 한 명의 희생자 없이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장을 비롯한 강한 책임감이
없었더라면, 또한 승무원들의 능숙한 대처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련 속에서 선상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됐다. 로고스(1970~1988), 둘로스(1977~2009),
로고스ⅱ(1988~2008), 로고스호프(2009~현재)로
변화의 과정을 거쳤지만, 어려움을 이겨낸 그들의 정신은 지금도 배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28년 65개국을 돌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봅니다. 그저 다를 뿐입니다. 그들을 모두 이해하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역지사지로
해나가면 되는 것이죠.”
선상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에서 한 번 일에 집중하게 되면 그 자리를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하기에 서로 간 용납과 이해가
필요하게 됐으며, 그들의 마음 속 하나님에 대한 간절한 열망은 그러한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하나님이 명하시는 곳은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배를 참 오랫동안 타왔어요. 그러던 중 1995년 선교대회를 갔는데 거기서 소명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죠. 때마침 자녀도 분가해서 이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로고스호프 크리스 휴즈 선장은 기독교 선교 선박에 처음 탔을 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선박 안에서 겪었던 일들과 그때의 심정을 웃음 띤
얼굴로 차분하게 전개해 나간다.
“다른 것보다도 ‘사람’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죠. 60개국 4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다 같지는 않습니다.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또 보호해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가장 보람된 일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있기에 말이죠.”
휴즈 선장의 간증에서는 ‘하나님’이 빠지지 않는다. 선장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구세주이고 친밀하게 교제할 수 있는 분이다.
“1995년 처음 예수님을 믿고 영접했을 때 내 자신을 위한 삶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삶으로 달라졌습니다.
저는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언제나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약 30년 전 상선을 타고 대한민국에 왔을 때를 생각하며
그 때보다 기술과 산업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한국 땅에 한국 차가 많이 없었으나 지금은 한국 차가 많이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휴즈 선장이 보는 대한민국인은 그때와 비교해 변한 건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 많고 친절한건 여전하다는 것, 여기에 그는
밤중에도 상당히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에 가득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며 역동적이라고 칭찬한다.
“사실 저는 올해 초에 은퇴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있는 편이죠. 3개월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또한 엔진을 교체해야 하기에
앞으로 항해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저를 필요로 할 땐 선장으로도 1등 항해사로도 얼마든지 활동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려는 66세의 휴즈 선장은 아직도 건강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나님 주신 특권이라 생각하며 기쁨으로 일 해나가는 모습을 문득 그려본다.
● 로고스호프(Logos Hope)란?
로고스호프는 1만2천t급 선박으로서 독일 국제비영리단체 GBA(Good Books to All) 소속이다.
떠다니는 UN’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60여 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400여 명의 승무원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사역하고 있다.
한편 GBA는 전 세계에 서적을 보급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1970년 설립됐으며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선교와 봉사활동을 펼쳐오고있다.
김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