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政敎) 분리의 세속화를 유지해 온 터키에서 대통령과 총리 모두 이슬람정당 소속이 맡게 되면서 기독교 활동에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8일 열린 의회에서 정의개발당(AKP) 소속 압둘라 귈 터키 외무장관은 과반수 이상인 339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귈 대통령은 당일 오후 6시(한국 시각 29일 0시) 취임 선서를 하고 오후 7시 30분 비공개 이취임식을 마쳤다.
이로써 지난 7월 22일 총선에서 압승해 재집권에 성공한 정의개발당 당수 레제프 타입 에르도안이 총리를 연임한 데 이어 대통령과 총리 모두 이슬람정당에서 나오게 됐다.
이슬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의개발당은 에르도안 현 총리가 2001년 창당해 2002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집권 여당이 됐다. 7% 이상의 경제 성장, 터키 민주화 및 제도 개혁, EU 가입을 위해 노력해 국민에게 인기가 높지만 공공장소에서의 히잡(무슬림 여성이 두르는 머릿수건) 착용 금지 규정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등 이슬람화된 정치도 펴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5년간 터키에서 사역한 터키어권선교회 김종일 대표는 “1923년 국부(國父) 케말 아타튀르크가 터키공화국을 세운 후 종교와 정치 분리 원칙을 고수해 온 터키에서 이슬람정권이 연속 집권하게 된 것은 과거 공화인민당(CHP)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의 98%가 무슬림인 만큼 이슬람 전통을 지키면서도 근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국민들의 입장도 반영됐다. 김 대표는 이번 이슬람정권 집권은 터키의 EU 가입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터키 기독교인들의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에는 현재 2천여 명의 현지인 기독교인과 역시 2천여 명의 외국인 사역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회에 대해 눈에 띄는 박해는 없으나 정부가 교회 등록을 거부하고 있어 주요 도시마다 비공식 모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과격주의 무슬림들에 의해 현지 기독교인 2명과 독일인 선교사 1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