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돈봉투 사건 '축소 수사' 논란

12월 23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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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돈봉투 사건 '축소 수사' 논란

   

2012.02.21 18: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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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3부(府) 요인 신분 등 고려…형평성 논란


검찰이 박희태(74) 국회의장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넘기자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과 잡음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6일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지 46일 만에 현직 국회의장을 사법처리하고 현직 국회의장 신분으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축소수사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 셈이다.

◇검찰, 박희태 국회의장 불구속 기소…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21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대한 돈 봉투 사건 수사에서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하고 한나라당 돈봉투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박 의장과 김 전 정무수석은 2008년 7월1일~2일 고승덕 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당선될 목적으로 소속 의원과 대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뿌려 표(票)를 매수하려한 의혹의 정점에 서있는 인물로, 수사 초기부터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검찰은 박 의장이 선거캠프에서 돈 봉투 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충분하고, 돈 봉투 살포 지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는 한 때 박 의장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하기 위한 구속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박 의장은 고 의원실에 전달한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 '배달' 지시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고, 측근들의 돈 봉투 전달 사실도 고 의원 폭로 이후 최근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직 국회의장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의 가능성이 낮은 박 의장을 상대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수사에 미칠 파장과 역효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박 의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결정적 카드가 없는 상태에서 박 의장을 불구속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돈 봉투 수사에 착수한지 한 달 보름이나 경과하고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박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시점이나 분위기 등으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이 상당한 시일이 지난 이 시점에 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오히려 '늑장 수사'를 자백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일부 반발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박 의장 구속수사가 정치권 등에서 제기해온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에 따른 일부 여론을 잠재우고 상징적인 의미는 지닐 수 있어도 검찰 입장에선 실익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돈 봉투 전달 과정 등에 대한 대부분의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가지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었으나 신병처리 등 처벌 수위는 수사결과 증거법칙에 따라 인정되는 범죄혐의에 상응해 결정한 것"이라며 "박 의장이 사퇴를 선언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효재 前 청와대 정무수석 '불구속 기소' 배경은?

검찰은 막판까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를 저울질하던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정당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수석이 돈 봉투 관련 의혹들을 강력히 부인하는데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물 대신 관련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 것으로 보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것이다.

전대 당시 선거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은 김 전 수석은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돌려받은 뒤 고승덕 의원에게 '돈 봉투를 왜 돌려줬냐'며 직접 전화를 건 사실, 고 의원실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은 고 전 비서를 질책한 사실을 조사결과 드러났다.

다만 안병용(54·구속기소)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서울지역 당협 사무국장 30명에게 뿌릴 목적으로 구 의원 5명에게 건넨 2000만원의 돈 봉투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이 20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김 전 수석의 책상에서 들고 나왔다는 김모 구 의원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지만,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검찰이 지금까지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선례 자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박 의장이나 김 전 수석의 사법처리에 신중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검찰의 사법처리 수위가 향후 비슷한 공안 사건에서 참고할 만한 '기준'이나 '비교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팀이 사법처리를 수위를 정하는 데 더욱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정무수석의 경우, 금품 전달 장소에 동석했다는 취지의 유일한 진술이 있으나 그 내용이 불분명해 그 진술만으로는 2000만원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했다"고 전했다.

◇같은 사건-다른 처벌…사법처리 '형평성' 논란

검찰이 우리나라의 3부(府) 요인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현직 국회의장을 재판에 넘겼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수사에서 선거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돈 봉투 조성·전달지시 여부, 또 돈 봉투 전달과 관련된 보고를 사전 또는 사후에 받았는지, 만약 돈 봉투 배달을 보고받았다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 지휘했는지를 캐는데 주력했다.

이는 곧 박 의장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가늠하는 기준이자 향후 구형(求刑)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이 그러나 박 의장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불구속 기소로 방침을 정하자 전형적인 '부실수사', '축소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는 돈 봉투 전달 지시를 받고 수행한 안 위원장이 구속 기소된 반면, 이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정황이 짙은 박 의장은 불구속 기소한데 따른 처벌수위 기준의 차별에 대한 반발이다.

돈 봉투 수사결과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단지 돈 봉투 배달 심부름을 한 안 위원장은 구속했음에도 사건의 가장 큰 윗선이자 죄질이 더 나쁜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을 불구속한 것은 사법처리 수위에 현직 국회의장이나 청와대 전 수석비서관이라는 신분을 지나치게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안 위원장의 경우 자신의 혐의사실을 부인하거나 거짓 진술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수사 초기 돈 봉투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강제로 신병을 확보하는 구속수사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박 의장이 현직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히며 사퇴서를 제출했고, 김 전 수석이 이미 공직에서 사퇴한 점도 불구속 기소를 판단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

이와 함께 고 승덕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의 출처는 박 의장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은평구 의원들에게 전달된 2000만원은 관련자 모두 전달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등 자금출처와 범행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검찰이 구속 기소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건 수사는 60여년 간의 정당 정치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돈 봉투 제공 행위를 처벌해 금품수수 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단순 전달자 등 실무자 위주로 처벌되던 종전의 수사 한계를 넘어 당선자·총괄책임자 등 금품제공을 주도한 핵심적인 인물들을 기소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검찰의 설득력에 힘이 얼마나 실릴지는 의문이다.

이미 검찰은 박 의장을 검찰청사로 직접 소환하지 않고 공관을 방문조사하면서 논란이 '봐주기 수사' 불거진 바 있다. 실제로 박 의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결정한 배경에 현직 국회의장이라는 신분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검찰이 수긍한바 있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는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굵직한 수사마다 피의자 신분에 걸맞게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온 검찰이 이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다. / 민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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