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재보선 출마 안한다" 선언…민주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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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재보선 출마 안한다" 선언…민주 '당혹'

   

2009.09.20 22: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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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앰플 주사로 잠시 일어날 생각 말아야"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10.28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손 전 대표는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반성이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수원 장안구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민주화 정치세력의 집권기간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1년 반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보여준 슬픔과 분노, 그리고 좌절은 저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면서 "저의 출마가, 제 한 몸이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원내에 입성하는 것이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가지기 전에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그런 점에서 손학규가 나가 이겨서 민주당을 살린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저 손학규는 스스로 민주진영 전체의 승리를 위한 도구로서, 거름으로서, 방편으로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는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며 "지명도와 지지도가 높은 거물로 당장의 전투를 이기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전쟁을 이기는 길이 아니다"고 민주당의 전략공천 방침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잘못된 방법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 앰플 주사로 잠시 일어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보약으로 당장 기력을 회복하려고 해서도 안된다"며 "체력단련을 해야 한다.

찬바람을 맞고 험한 길을 헤치며 처절한 각오로 자기 단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재보선 불출마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번 선거를 수수방관하지는 않겠다"며 "내가 나가지 못하는 만큼 그 이상을 뛰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적극적인 선거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수원 장안에 손학규 전략공천을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 않았던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대변인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우 대변인은 "손 전 대표의 성찰과 사유의 깊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민주개혁 진영을 위해 다시 한 번 판단을 재고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와 관련해 정세균 대표가 직접 손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해 진의를 파악키로 했으며 2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불출마를 못 박은 이상 이를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우 대변인은 "설득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손학규 전 대표의 글 전문.

'반성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수원 장안구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저를 아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당 지도부는 저에게 공식, 비공식 통로를 통해 출마를 권유해 주셨습니다.

특히 부족한 제게 과분한 정성을 쏟아주신 정세균 대표님, 송영길 최고위원님, 김진표 최고위원님, 이미경 사무총장님, 박기춘 경기도당 위원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리며, 또 송구스러운 마음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어느 누구도 스스로 양보하지 않는 냉혹한 정치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지역구 출마를 양보하신 이찬열 장안구 지역위원장께 깊은 존경의 뜻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합니다.

자기희생의 정신을 가진 이찬열 위원장 같은 분이 많아질수록 민주당의 앞날이 밝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에 당 대표직을 끝내고 지난 1년 동안 이곳 춘천에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정치역정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앞날과 국민이 바라는 세상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바람직한 정치상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 자신의 정치적 처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반성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저의 반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의 희망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제게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동안 민주화 정치세력의 집권 기간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1년 반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보여준 슬픔과 분노, 그리고 좌절은 저를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듭니다.
 
저는 저의 출마가, 제 한 몸이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원내에 입성하는 것이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민주당을 위한, 나아가 민주진영을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승자가 독주하고, 원칙이 무너진 데서 국민의 고통이 시작되었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가지기 전에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또 그런 점에서 손학규가 나가 이겨서 민주당을 살린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의 요구는 더 먼 곳에, 더 큰 곳에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 손학규는 스스로 민주진영 전체의 승리를 위한 도구로서, 거름으로서, 방편으로서 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것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가야합니다.

지명도와 지지도가 높은 '거물'로 당장의 전투를 이기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전쟁을 이기는 길이 아닙니다.

또 잘못된 방법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장안 선거에서 손학규가 이기면 '거물'이 당선되는 것이지만, 이찬열이 이기면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입니다.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합니다.

우리 민주당은 지금 앰플주사로 잠시 일어날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보약으로 당장 기력을 회복하려고 해서도 안됩니다.

체력단련을 해야 합니다.

찬바람을 맞고 험한 길을 헤치며 처절한 각오로 자기단련을 해야합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혼자 깃발을 날려서 될 일이 아닙니다.

가능성 있는 병사를 장수로 만들어, 장수 군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밝히지만 이번 선거를 수수방관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함께 민주당을 위해 뛰겠습니다. 후보자와 손을 꼭 잡고 뛰겠습니다.

제가 나가지 못하는 만큼 그 이상 뛰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 내겠습니다.

당원 여러분과 함께 우리 민주당의 저력을 보여주고 국민의 염원이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에게 분명히 보여주겠습니다.

저에게 기대와 격려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제가 이번 선거에 나서서 승리하고 원내에 진출하여 당과 정치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던 당원 동지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스런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수없는 고뇌를 했고 고독한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멀더라도 옳은 길을 가는 것만이 지름길이라는 믿음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민주당, 나아가 민주와 진보진영 전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고민하고 또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 9. 20.

손 학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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