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족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갈등이 있다. 건강한 가족은 문제가 없는 가족이 아니라 문제를 잘 해결하는 가족이다. 가족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60일 연속 강연의 스물 세 번 째 강사로 나선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5일 ‘양성평등과 다양한 가족제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함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저출산’과 ‘가정의 위기’, ‘고령화’를 우리 사회가 겪어온 가장 큰 변화로 꼽고, 그에 따른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요즘 가족이 위기라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옛날 가족은 좋기만 했을까? 조선 시대의 가족은 끊임없이 죽음을 경험하는 생존 공동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가족이었고, 여자들에게 출산은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면서 가족이 축복이 된 것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부터이고 여성들의 출산이 축복인 것도 의학기술이 발달한 이후부터라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이어 가족정책이 시작된 1960년대의 출산율 6.2명에서 최근 1.03명까지 떨어진 ‘저출산 현상’을 ‘국가적인 재난’으로 규정했다.
“국가는 성장동력으로서 적정인구가 필요하지만 가족 차원에서 자녀의 효용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아이 하나를 두고 국가와 가족, 여성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한 함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없는데 국가는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녀 문제는 개별 가족의 고민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대책과 기업의 해결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최근 가족제도의 가장 큰 변화로 급격히 올라간 이혼율이 보여주는 불안정한 가정을 제시했다.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부모-자녀 관계가 중요했던 예전 가족에 비해 부부간의 사랑이 중요해졌고, 그 사랑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함 교수는 설명이다.
함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족 문화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부부 문화”라며 “앤서니 기든스가 말한 ‘성숙한 사랑’, 결혼 속에서 익어가는 사랑이 우리 가족의 숙제”라고 강조한 뒤 그 중에서도 가족에서 소외된 아빠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강조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연예인이나 위인 다음에 엄마가 15~16등 쯤 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빠는 50등 안에도 못 드니 얼마나 억울하겠나. 아빠의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
함 교수는 이 외에도 육아와 출산 문제로 사장되고 있는 고학력 여성들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정부 정책과 육아와 노인 프로그램 등 친가족주의적 정책을 펴는 기업 정책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함 교수는 고령화 시대와 관련, “노령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인류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새롭게 디자인 해 볼 수도 있다. 가족이란 누군가의 양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공동체라는 것을 인식하되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희생과 양보를 공유해야 한다. 세대 갈등으로부터 세대 공존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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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재일: [2008-08-08 오후 3:3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