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박희태(74) 국회의장을 오는 20일께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7일 "오는 20일 또는 21일 중에 박 의장을 검찰청사로 직접 불러 조사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정확한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박 의장에 대한 소환 방침과 함께 일정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한 달 넘게 끌어온 이번 사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애초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박 의장에 대한 사퇴서를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선거구 획정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이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해 박 의장은 현직 국회의장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 의장은 2008년 전대 당시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리거나 안병용(54.구속기소)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당협 간부들에게 뿌릴 목적으로 구의원들에게 현금 2천만원을 전달하는 등 후보 캠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돈 봉투를 살포한 의혹의 최정점에 있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전당 대회는 일종의 집안잔치 분위기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나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많은 사람을 한 곳에 모아야 하므로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숨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캠프 차원에서 돈 봉투를 돌린 사실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었다.
하지만 박 의장은 사건이 불거질 때까지 그런 사실을 몰랐으며 "수사가 진행되고 귀국 이후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됐다"고 말해 자신이 돈 봉투 살포를 직접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사 결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하고 박 의장이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김 전 수석과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과 수위를 일괄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 민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