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소 수료식 하루 전은 저를 포함한 모든 훈련병들이 복무지 관련 안내서를 받고 ‘어디서 근무하냐,’ ‘언제 출근하냐’등 앞으로의 복무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걱정 때문인지 서로 웅성대며 유난히도 시끄러웠던 시간이었다.
그때 어느 한 명이 ‘소방서?! 거기 엄청 힘들다던데’ 라는 한 마디에 나의 부푼 기대감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도 동기들을 만나서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야이, 꿀쟁아’ 라며 서로 얼마나 편한 지 비교하면서 동시에 ‘아, 맞다 너 소방서였지.’ 나를 보며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반대로 현역으로 전역한 나의 친구들은 ‘너흰 계급이나 있냐’ 라며 조롱을 한다.
다른 사회복무요원보다는 힘들고 현역보다는 편한 미묘한 위치에서 나의 사회복무는 이렇게 시작됐다.
♥ 첫 출근에서는 두 시간 가까이 신고식 연습을 하고 ‘충성!’에서 ‘안전!’ 거수경례로 바꾸는 등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나는 군대생활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현역처럼 ‘짬’이 쌓이며 말년에 편해지는 것이 아닌 소집 해제 때 까지 한결 막내로서 말이다.
거기다 공단소방서라는 말을 처음 들을 때는 공장이 매일같이 화재가 일어나고 신체부위가 절단되는 곳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출동이 많고 긴박한 현장업무를 상상하며 항상 긴장해있었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센터에서는 천사 같던 구급대원들도 현장에 나가면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고함을 지르는 모습과 점심시간 때 식판정리도 못한 채 출동 나간 후 음식이 식을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는 구조대 직원들을 보면서 어느새 나의 소속과 내가 입고 있는 제복에 대한 자부심이 샘솟고 있었다.
한편 서 내에서는 하루하루 쌓인 민원서류들, 예방이나 안전관련 서류 등 자칫 안전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작은 요소들과 씨름하는 직원들의 빈틈없는 모습을 보며 자긍심 높은 직업의식을 목격할 수 있었다.
♥ 오늘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근무한 지 이제 69일, 훈련소 입소 날짜로부터는 98일째 되는 날이다.
논산훈련소에서부터 인천공단소방서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다 보니 100일 가까이 되는 짧지 않은 시간도 정신없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
이제는 처음과 달리 다른 사람이 내게 편한 소위 말해 ‘꿀을 빨고 있는’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부럽지 않냐 물어보거나 사회에서 우습게 여기는 사회복무요원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냐 라고 물어보면 나는 자신있게 ‘아니요’ 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집해제 날까지는 아직 까마득한 새내기이지만 그 간에 있었던 짧은 소방서생활은 긴 복무기간에 대한 나의 고민과 걱정을 깨끗이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안전’을 외치며 당당히 복무를 해 나아갈 것이다.
- 인천공단소방서 사회복무요원 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