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연수구 동춘동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향했다.
소방서를 출발해서 앵고개 도로 1차선을 타고 가는데 바로 앞에서 운행 중이던 소나타 차량이 너무 느리게 가고 있어서 우측으로 비켜달라는 안내를 몇 번이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조금 더 진행하다가 중앙선 부근에 안전지대가 있어서 그쪽으로 추월하려 했지만 그 소나타 차량은 의도적으로 안전지대로 넘어와 추월을 방해하기까지 하였다.
다행히 화재현장에 도착했을 때 쓰레기만 조금 타고 있었고 쉽게 진화작업을 마무리 하였다.
현장을 마무리하고 귀소 중에 소방차 출동을 방해한 그 차량 운전자를 소방차 블랙박스에 기록된 증거로 형사입건하였으며 이번 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화재는 빠른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불은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사소한 불씨 하나가 조금씩 자라다가 어느 정도 연소가 진행되면 급격하게 확대된다.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소화기 한대 정도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화재도 확대가 되면 수 십대의 소방차로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초기에 소화기로 장악할 수 없었다면 그나마 차선책으로 소방대의 신속한 인명구조와 진압활동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신속한 진압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화재현장에 가급적 빨리 도착해야 한다. 불이 조금이라도 덜 확대되었을 때 억눌러야 한다.
구급출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심장이 멎어 뇌에 4~6분 동안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80%이상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분 이내에 출동하여 곧바로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한다면 소생률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신속한 출동이 중요한 만큼 소방관계법령에서도 소방차 출동을 방해한 자에 대해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가장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출동로 확보가 형벌을 부과하는 가혹한 수단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가 생각하면 소방관으로서 마음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화재현장이 혹시 “우리집이면 어쩌지!”라고 한번만 생각했다면 출동을 방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양보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에서 소방차 출동로가 확보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는 이번처럼 출동방해로 인해 형사입건하는 사례가 없기를 바란다.
- 인천공단소방서 행정팀장 소방경 류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