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히도 말벌 관련 출동이 많은 요즘 말벌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정확한 근거를 알 수는 없지만 말벌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에 대해 일반적인 판단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말벌 관련 출동을 나가보면 다양한 장소에 말벌집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예전의 경우에는 대부분 인적이 드문 산간 오지였으나 농촌의 인구가 줄어 휴경농이 증가하게 되고 여름철에 퇴비 생산을 위한 풀베기 등을 거의 하지 않아 벌들의 서식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방해가 적어 번식이 왕성해졌다. 또한 말벌은 잡식성이기 때문에 도심주변에서 쉽게 먹잇감을 공급받을 수 있어 주택이나 인근 사람이 살고 있는 상가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집을 지으며 서식한다.
예전에는 벌을 보아도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말벌의 위험성을 알게 되고 나서 민감하게 반응해 집안에 벌 1~2마리가 들어와도 신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7~9월에는 하루평균 5~9건 이상 벌집제거 출동을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말벌의 공격성은 벌떼의 수와 관련이 있어 대개 8월 중순에서 9월 초순경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시기가 공격성도 매우 강하다.
특히 장수말벌은 크기도 매우 크고 포악하기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생각으로 벌집을 그냥 놔두면 더 크게 자라 다음해에 더 위험해 질거라 생각하겠지만 말벌, 땅벌, 쌍살벌 등은 모두 일년생이라 겨울이 되면 벌집에서 벌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듬해도 그 벌집을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벌은 대략 20여종이 있지만 크게 사람을 공격하는 벌과 공격하지 않는 벌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벌은 꿀벌, 양봉벌, 평평한 접시모양의 쌍살벌이 있으며 공격하지 않는다고 해서 벌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벌집이나 벌을 만지지 않는다면 공격하지 않는다.
사람을 공격하는 벌에는 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 땅벌, 장수말벌, 나무나 처마 밑에 둥근 공 모양의 집을 짓고 서식하는 말벌이 있다. 이러한 벌들은 일정한 영역 내에 사람이 들어오면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 드물지만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벌집을 발견하면 건들지 말고 우선 119구조대에 신고를 해야 하며 벌떼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향수나 스프레이, 화장 등은 벌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하며 만약 벌에 쏘여 벌침이 피부에 박혀있다면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여 피부를 밀어내어 벌침을 제거하고 2차 감염방지를 위해 비눗물로 상처를 깨끗이 씻은 후 통증과 독이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음찜질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또한 여러 마리의 벌이나 말벌에 쏘이면 혈압이 떨어지고 쇼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몸에 이상한 증상이나 변화가 느껴지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여 병원에 가야한다. 벌의 비행속도는 시속 40~50km나 되므로 뛰어서 도망가기보다는 현장에서 20~30m를 신속히 떨어져 주변보다 낮고 그늘진 곳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꿀벌과 쌍살벌은 해충을 잡아먹어 일부 농작물에 도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도심지역의 위험한 말벌집은 제거해야겠지만 위험성이 적은 꿀벌이나 쌍살벌 같은 것은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제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인천공단소방서 구조대 소방사 김재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