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젊은 사형수가 있었다. 사형을 집행하던 날 그에게는 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28년을 살아왔지만 그때의 5분이 천금처럼 귀하게 여겨졌다. 그 소중한 5분을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해 본 그는 형장에 끌려온 동료들에게 한마디씩 인사하는데 2분이 지났고, 지난 28년의 세월을 소중하게 사용하지 못한 후회와 뉘우침에 눈물을 흘렸다.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기적적으로 집행중지 명령이 내려와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된 그는 바로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였다. 죽음 앞에서 느꼈던 최후의 5분을 항상 잊지 않고 시간을 금같이 생각한 그는 『죄와 벌』,『카라마조프의 형제들』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죽음 앞에서 느끼는 5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자주 경험하는 것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재. 구조. 구급 현장 활동을 하다보면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도로위에서 수분씩 허비하며 1분 1초의 촌각을 다투는 동안 소중한 생명의 불씨가 꺼지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1,765만대로 인구별로는 2.83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동차들이 아파트 및 주택가 골목길은 물론 소화전 주변까지 불법 주. 정차하고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를 하지 않아 출동여건을 악화시켜 화재초기 대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구급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심정지 환자 등 4~5분 안에 처치를 받으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이 늦어지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경과하면 화재의 연소 확산 속도 및 피해 면적이 급격하게 증가여 화재진압은 물론 인명구조 검색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응급환자(심정지 및 호흡곤란환자)에게는 4~6분이 골든타임으로 이때 응급처리를 받지 못 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되어 소생률이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소방차 5분 출동을 부단히 강조 할 수밖에 없다. 재산 피해 및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는 데드라인이기 때문이다.
여러 해 동안 소방관서에서는 소화전 주변 불법주. 정차 단속,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방차 출동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이어 최근에는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길을 비켜주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통해 소방차 길터주기를 정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제재에 앞서 위험한 순간 119소방차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5분의 양보가 어떤 이의 50년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면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귀가 열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소방차의 출동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인천공단소방서 옥련119안전센터 소방교 김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