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건만 폭설과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꽃 피고 새 오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런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집어든 책이 DMZ 인근 지장산에 터를 잡고 수도하며 틈틈이 생태사진가로도 활동하는 도연 스님의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다.
스님이 산골짜기에서 새들과 함께 10여년간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곤줄박이, 동고비, 딱새, 오색딱따구리, 수리부엉이 등 40여종의 새와 다람쥐, 아기 고양이 등 야생동물, 곤충들의 생태에서 발견한 인간의 생과 사, 희로애락을 진솔하면서 애정이 가득한 글과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으로 고스란히 전한다.
“둥지에 침입한 뱀과 사투를 벌이는 어미 새에게서 모정을, 포식자의 침입을 알려주는 새에게서 우정을, 애써 지은 둥지를 훌훌 버리고 떠나는 새에게서 무소유의 미덕을, 먹이를 보채는 모습에서 천진불을 보았다.”
이와 동시에 자연을 파괴하는 데 익숙한 인간들의 행태를 지적하고, 생태공원을 표방한 가짜공원을 일갈하기도 한다. 또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한 인간의 기본 자질에 관해서도 논한다. 스님은 “내세에는 새로 태어나고 싶다”고 언제나 말한다. 새는 자유롭고, 철이 지나면 애써 지은 둥지도 훌훌 버리고 떠날 정도로 욕심이 없으며,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존재라는 이유에서다.
이 책을 읽었다고 모든 독자가 스님처럼 새가 되고픈 마음을 갖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를 바라 보는 눈길은, 새 소리를 듣는 마음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스님이 ‘새’라는 화두를 던지며 내심 기대했던 답이 아닐까. / 민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