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박순(72·강원도 춘천 성암교회) 장로가 십자가와 사랑에 빠진 건 10년 전부터다.
2005년 8월 경기도 양주 감리교연수원에서 진행된 영성 프로그램 ‘엠마오 가는 길’에 참가한 게 사랑의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기도와 묵상을 반복하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형 십자가 아래 앉아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창 기도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게 십자가는 무슨 의미일까.’ 답은 간단했습니다. 사랑 헌신 희생…. 십자가에는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더라고요.”
그는 십자가에 담긴 숭고한 뜻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 그해 11월 십자가 제작에 뛰어들었다.
목공에는 젬병이었지만 주야장천 십자가 만들기에 몰두하며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십자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최근 춘천 자택에서 만난 안 장로는 “십자가를 만들지 않았다면 나의 노년은 너무 무료했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