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자살사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돈과 탐욕으로 일그러진 세상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우리 신앙인 안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는 기독교계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자본주의와 맘몬 숭배로 뒤틀어진 한국교회의 모습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경제적 실천을 이야기한 책 <돈에서 해방된 교회>가 출간됐다.
그간 한국교회의 세속적 성공 지향, 물량주의를 비판한 책들이 많았지만, 박득훈 목사(새맘교회)가 최근 펴낸 <돈에서 해방된 교회>(포이에마)는 근본적인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심도있게 파고들어 주목할 만하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10대 때부터 한국사회의 빈부격차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박 목사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정의를 주제로 기독교사회윤리를 박사 과정으로 밟으며 경제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키웠다.
박 목사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배후세력인 맘몬이 하나님 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신앙해석 방법을 뒤틀었고, 뒤틀린 신앙이 교회 안에 뿌리내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생겨난 것이 바로 기복신앙이요 값싼 은혜와 죽은 믿음이었고, 이것은 결국 교회의 부패로 귀착될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 박 목사는 “마치 암세포가 자라서 결국 온몸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부여해 주신 진정한 정체성을 실현하기는커녕 오히려 세속화된 사회를 점점 닮아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 목사는 우리의 경제 문제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된다고 보고, 교회는 사회윤리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경제 문제를 ‘믿음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세 모녀’를 개인의 불운과 책임으로 방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 문제로 이해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책에서 “내가 속한 신앙공동체, 일반 사회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최대한 실현되도록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 나라 정의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4일 저녁 열린 북콘서트에서도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만큼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는 없다. 세 모녀도 그렇고 희생된 이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였다. ‘지극히 하나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수장된 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기억해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를 기억한다면서 그들을 망각한다면 우리의 믿음은 거짓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