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참 힘들어하더라고요. 시키는 위주의 교육만 받다 보니까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죠."
청소년의 춤을 다루는 무용극 '사심 없는 땐쓰'를 연출한 안은미컴퍼니의 대표 안은미(50)씨는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춤을 추면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자유를 느꼈으면 했다"며 웃었다.
2010년 서울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 육성자원사업으로 안은미컴퍼니와 두산아트센터가 공동으로 기획한 '사심없는 땐쓰'는 개인의 설문을 반영한 '무브먼트 리서치'를 접목한 공연이다.
지난해 가을 교실과 길거리 등에서 만난 10대들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아 영상으로 보여주고 무용수들이 청소년들의 춤을 재현한다. 서울국제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이 무용수와 함께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안은미는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막상 춤을 추려고 하면 직접 음악을 고르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그룹 '카라'의 '미스터', 그룹 '빅뱅'의 유닛 지디&탑의 '하이하이'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노래 12곡을 노랫말 없이 편곡, 춤을 추는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안씨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아이돌 문화는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음악들을 유튜브에 올리고는 남기지 않는다. 아이돌 음악을 기록하고자 가요시장에서 의미있는 곡들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잘생기고 예쁜 아이돌 그룹 멤버들로 인해 청소년들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아이돌 그룹이 나오는 미디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도 깨달았다. 결국 "청소년들이 아이돌의 댄스를 추는 것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방편"이라는 판단이다.
"고등학생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작업이었다"고 자평했다.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몰랐던 친구들이 춤을 통해 '한방'에 소통하는 법을 깨달았고 마음을 열었다"며 즐거워했다.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청소년을 춤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어요. 춤을 추는 걸 담아내는 건 몸에 대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나중에 이런 결과물이 미디어책으로 만들어지고 학교 교과서로도 채택이 됐으면 좋겠어요. 호호호."
제목의 '댄스'를 '땐쓰'로 쓴 이유는 "'사심없는'에 이어 댄스로 발음하면 김이 빠지는데 '땐쓰'로 발음하면 더 힘이 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할머니들의 춤 동작을 기록한 무용극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선보인 안은미는 올해 청소년들의 춤을 담은 '사심없는 땐쓰'를 무대에 올린 데 이어 40~55세 남자들의 춤을 담은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사람들이 왜 춤을 추는지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요. 내 자신이 예뻐보이는 무용 등 여러 공연을 해봤는데 다양한 사람의 춤을 통해 역사를 되짚는 것도 안무가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심없는 땐쓰'는 24∼2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 안은미를 비롯, 정완영 남현우 전수희 등이 나온다. (2만~3만원.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