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산시의회 민주주의의 죽음에 조의를 표함

12월 23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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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산시의회 민주주의의 죽음에 조의를 표함

   

2008.07.26 22:4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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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쇠고기 재협상 촉구 건의문 안건상정 부결에 부쳐--

수십만의 촛불이 거리를 메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주권을 포기한 쇠고기 협상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치행태에 대한 분노가 국민들을 모으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요구는 80%를 넘는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이럴 때 시민들의 대표라는, 시민들의 일꾼이라는 시의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런 고민 속에서 안산시의회 의원 일동 명의의 재협상 촉구 건의문을 8명의 의원이 발의했다. “첫째,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 주권을 담보하지 못하는 쇠고기 협상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므로 정부는 전면 재협상에 나서라. 둘째, 잘못된 협상의 책임자와 촛불문화제 폭력 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 셋째, 안산시와 안산교육청은 전면 재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직간접적으로 제공, 지원하는 학교급식, 경로식당, 도시락 지원 등 모든 식재료에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을 금지하라.”는 정부와 대통령, 안산시, 교육청에 대한 건의문이다.

의원 5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안건이 발의된다. 물론 부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공개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회의장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안건’으로서의 자격이 생긴다.

지난 6월 5일 오후 2시. 안건 추가 상정을 위한 의장단회의가 의장에 의해 소집되었다. 8명 중 5명의 참가로 시작된 의장단 회의는 논의 도중 한 명이 빠져나가 들어오지 않고, 나머지 성원들도 연락이 되지 않거나 불참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의결정족수 미달로 산회되었다. 바로 이틀 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의사일정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며 규탄기자회견을 한, 바로 그 정당 소속 의원들이 오지 않거나 빠져나감으로써 말이다.

6월 9일 오전 10시. 어렵게 본회의가 열렸다. 당연히 안건의 추가상정을 요구했다. 협의를 통해 원만히 진행하고자 했으나 역시 다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다시 9명 의원의 서명으로 안건추가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했다. 다수당의 내부논의가 필요하다고 하여 시한도 없이 4시간여 정회. 2시 반에 속개된 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안은 9:12로 부결되었다. 참석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이 반대에 기립했다.

그 순간은 안산시의회의 민주주의가 죽음을 선고받은 순간이었다.

5인 이상 의원이 발의하여 안건이 성립되었더라도, 다수당이 반대하면 논의 자체가 거부되는 최악의 사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반대토론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안건 상정을 막아버리는 횡포를 부리면 되는 것이다. 왜 본회의를 여는지, 왜 의원이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건의문 자체가 부결된 것은 아니므로, 다음 회기 때 안건상정 여부가 또다시 논란이 될 것이다. 시민 대다수가 원하는 내용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논의조차 막아버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죽음의 선고를, 의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져버리는 무책임함을 또다시 보게 될까봐 두렵다. 의회에서 민주주의를 살해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홍연아(안산시의원. 본오1,2동, 반월동. 민주노동당)




 
기사게재일: [2008-06-12 오후 3: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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