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길
산성교회 노경욱목사
35년만에 처음이라는 지루한 장마 후에 밤잠을 설치게 하는 무더위도 한 풀 꺾이고 가을의 정취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가을의 문턱에 섰습니다. 추수의 계절이면 우리 뇌리에 친숙한 명화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자연주의 화가 밀레의 “만종”과 “이삭 줍는 여인들”이 그것입니다. 그는 일찍부터 종교적인 장면을 데생했습니다. 그 후에는 신변생활 묘사에 힘써 농부, 가축, 수목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의 유명한 “만종”에 묘사 풍경을 보면 끝없이 펼쳐진 들녘, 그 위를 낙조가 붉게 수놓았는데 멀리 교회에서 은은하게 저녁종이 울려 퍼지고 종일토록 추수하던 젊은 부부가 일손을 멈추고 경건하게 감사기도를 드리는 풍경은 우리의 각박한 마음에 평안과 안식을 안겨줍니다. 우리는 이 한폭의 그림에서 참으로 성실하고 모범적인 삶의 사세를 보게 됩니다.
첫째, 전원의 평화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들녘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노적꺼리.. 그 위에 붉게 쏟아지는 낙조, 아스라이 흐르는 교회의 종소리, 그리고 분위기를 압도하는 시골 풍경 등이 모든 정경이 한데 어우러져 진정한 평화스런 풍경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으나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치솟은 우람한 도시의 벌림 숲속에서 오히려 불안과 고독을 느끼게 되지만 전원에 몸을 묻힐 때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전원이란 인간의 영원한 요람이자 쉼을 주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노동의 신성입니다. “나의 신조는 노동이다. 이것이 인류의 자연적 조건이다. 노동의 운며, 이것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라고 밀레는 스스로 농부임과 농부의 자손임을 자처하며 말하였습니다. 노동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며 천지를 창조하시고 아담 창조 후에 사람에게 주신 최초의 명령, 즉 노동 명령입니다. 천재란 99%의 땀과 1%의 영감이라고 실토한 에디슨의 노동정신이 우리 국민과 모두에게 의식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행복한 부부의 상을 느끼게 됩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다져진 신앙의 가정은 “보이는 천국”이며 지상에서 유일한 행복의 요람입니다. OECD 국가 중 이혼율이 상위권에 머물러 있는 우리에게는 미래에 일부일처의 가정이 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미래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예언이 적중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지나친 방종과 변칙적인 라비도(Libido)적 쾌락추구가 정숙한 부부 생활과 정상적인 가정을 파괴하게 될 때가 오게 된다는 가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정상적으로 생존하는 가정은 인생의 영원한 요람이자 포근한 모정으로 존재되어야 하며 보호되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 하나님께 감사하는 신앙인이 경건한 자세를 직선적으로 보여줍니다. 노동이 다 끝나는 삶과 보람의 현장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습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지향하며 몸부림쳐 얻어야 할 자세입니다. 하루의 피로를 몇 잔의 술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관습에 비추어 볼 때 새삼 차원이 다른 삶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하며 사는 삶, 그것이 진정 우리의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이며 감사는 주님께 나아가는 출입문이기도 합니다. 감사는 우리의 마음에 양약과 같은 기쁨과 즐거움을 소유케하는 축복입니다. 감사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화평의 사신이며, 모든 민족의 공통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소망이며 이 길이 우리가 추구하는 소망의 길입니다.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십시오. 분명 더 큰 감사의 조건들이 주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