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희생에 걸 맞는 예우가 있어야
휴일 당신은 오랜만에 집안 거실에서 아들과 함께 마주앉았다.
매일 게임만 하는 아들 녀석이 걱정되기도 하고, 아들과 뭔가 함께 할 것을 생각해보니 예전에 아버님께서 손수 장기를 가르쳐 주시던 것이 생각났다.
오래된 먼지 쌓인 장기판과 장기 알을 꺼내든다. 무언가 아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있다는 우쭐함에 가득 찬 당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장기판에 장기알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역시 휴일 당신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PC방으로 향한다. 그런데 유닛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미네랄과 가스를 모아 와야 할 SCV들은 태업이다. 몇 번이고 클릭을 해서 달래야 겨우 움직인다.
적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몰라 당신은 입이 바짝 바짝 마르는데, 마린도, 메딕도, 파이어벳도 모두 건물 뒤에 숨어서 자기들 끼리 노닥거리고, 한 쌍의 마린과 매딕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장기말은 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움직였고 게임유닛들은 당신이 클릭하는 지점으로 군소리 없이 행군했다. 어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일들이 어느 날 당신을 배신한 것이다. 당신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기말과 게임유닛들은 항상 당신 의지에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당신이 유저가 아닌 유닛이라면, 당신은 당신의 콘트롤에 당신의 전략에 공감하고 기꺼이 희생하겠는가.
현실은 게임과 다르다. 장기말은 판단력이 없는 무생물이고 게임유닛은 단지 커맨드에 의해 움직이도록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의 한 파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아무런 보상도 없고, 합당한 명분도 주지 않으면서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희생이 모든 사람에 의해 기려지고 희생에 걸 맞는 예우가 뒷받침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국가를 위해 희생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의 자유와 풍요로움을 있게 해준 사람들의 희생을 마치 장기말이나 게임유닛을 대하듯 너무 당연스럽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국가보훈처에서는 나라를 위해 값진 희생을 하신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국민의 마음속에 되새기기 위해 보훈의 상징으로 ‘나라사랑 큰 나무’배지를 제작하고,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전 국민에게 배부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커다란 나무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6월에는 아이와 함께 장기를 두면서,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나라사랑 큰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지방보훈청 정보화담당 이강준
기사게재일: [2008-06-16 오후 1: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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