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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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변호사

   

2017.02.23 21: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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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영역이던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다. 2016년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의 능력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재 가치가 위협받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당장 위기에 빠질 직업군이 거론되었다. 20년 안에 사라질 직업, 컴퓨터로 대체되기 쉬운 직업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지난해 5월, 인공지능 로스(Ross)가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Baker&Hostetler)라는 로펌에 처음으로 고용되어 실제 업무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로스는 엄청난 분량의 문서를 읽고 정리해야 하는 파산 분야 업무를 맡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업무를 수행할 뿐 아니라 자료의 의미를 분석하는 능력까지 발휘했다.

로스는 미국 IBM사가 제작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왓슨은 자연어 이해에 높은 성능을 보인다. 인간이 평상시 사용하는 언어로 질문을 하면, 이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응답하는 인공지능이다.
현재 미국 내 12개 로펌에서 로스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영국을 중심으로 그 가능성이 논의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라는 책에서 저자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던 방식이 찰스 디킨스 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난 200년 동안 법률 서비스 영역에서 일어났던 변화보다 앞으로 20년 동안 벌어질 변화는 훨씬 클 것이라고 예측한다.

법률 서비스 가운데 기존 자료를 읽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법률가들의 구실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공지능과 변호사들 간에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리라 보인다.
로스 사례처럼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담당한 법률 관련 단순 업무는 인공지능(AI)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법률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하거나 회사 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때, 로펌은 투자하는 회사나 인수하려는 회사로부터 요청을 받아 피투자회사나 피인수회사에 법률 위험이 있는지 기업 실사를 하게 된다.
이때 변호사들이 피투자회사나 피인수회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어야 하는 문서의 양은 회사의 정관, 관계 회사 목록, 이사회 의사록, 주요 계약서 목록 등 어마어마하다.
제공받은 문서를 읽고, 보고서 양식대로 정리하며, 법률 이슈를 파악하는 데 변호사들은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그런데 로스와 같은 인공지능이 피투자회사나 피인수회사로부터 제공받은 문서를 대신 읽고 분석해 1차 보고서 형태로 변호사에게 제공해준다면, 업무량과 기업 실사에 들이는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변호사들로서는 필요한 자료에만 집중해 실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으로 깊이 있는 실사가 가능하다.

법률과 관련한 자문 업무를 로펌에 요청하면 흔히 ‘타임차지’ 방식으로 비용이 청구된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의 시간당 보수에 실제 업무 수행 시간을 곱해 보수가 정해진다.
로스와 같은 인공지능이 확산되면 변호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때 드는 시간이 줄어든다. 시간은 짧아지되 별도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되지는 않기 때문에 법률 서비스의 장벽이 낮아질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법률 서비스의 제공 방식이 변화하면, 소비자로서는 종전보다 낮은 가격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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