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굿바이 코리아' 앞둔 론스타

12월 23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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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굿바이 코리아' 앞둔 론스타

   

2011.11.07 02: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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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논란에 시선 곱지 않아
한국 탈출 뒤 유럽행 가능성 


1998년 한국에 진출한 론스타펀드가 13년 만에 `굿바이 코리아'를 앞두고 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면서 외환은행[004940] 대주주로서 자격이 상실돼 조만간 한국 내 마지막 자산이나 다름없는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떠나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그동안 국내에서 외국계 `먹튀' 자본의 대명사로 알려져 왔지만 일각에서는 한국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진입한 만큼 수익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을 탈출하면 현재 재정 위기로 들끓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투자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론스타펀드는?

론스타펀드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사모투자펀드(PEF)다.

하버드대 출신인 존 그레이켄 회장이 텍사스의 인맥을 바탕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창립했다. 처음으로 펀드가 결성된 것은 1995년.

펀드 투자자는 주로 개인투자자 신탁, 공공연금기금, 대학기금, 국제금융기구, 은행지주, 보험회사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투자자 구성원들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폐쇄형 펀드다.

론스타가 처음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진출 초기 론스타는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짭짤한 재미를 봤다.

론스타펀드 2,3호를 통해 2004년까지 사들인 부실채권 규모만 약 5조6천500억원에 달한다.

2000년부터는 부동산에도 손을 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6천330억원에 인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3년 뒤 3천120억원의 매각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등 대박 신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투자가 꼬이기 시작했다. 서울은행과 조흥은행 인수에 도전했다가 잇달아 쓴맛을 보고 세번째 도전 끝에 2003년 8월27일 외환은행을 손에 넣었으나 탈세 혐의 등 각종 고발에 시달렸다.

외환은행 매각 때에도 2006년 국민은행, 2008년 HSBC와 매각협상이 잇달아 무산되고 이번 하나금융과 매각과정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론스타는 투기자본?

국민이 론스타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일단 사모펀드의 특성이 경영 효율화나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2002년과 2003년 인수한 리스회사인 스타리스와 극동건설을 각각 1천500억원과 1천700억원에 인수해 2007년 3천억원과 8천8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8천600억원에 달하는 국부 유출인 셈이다.

론스타는 이처럼 최고 5배의 차익을 거두고도 최근 들어서도 한푼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소송마저 불사하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 8월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300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2007년 론스타가 극동건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당시 합작을 했던 예보가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지난 4월 이와 관련한 국제중재에서 승소했다며 예보를 압박하고 있으나, 예보는 5년여전에 마무리된 사안이기 때문에 론스타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에서 투자금 회수의 완결판인 외환은행 매각에서도 론스타는 2조1천549억원(인수금액 1조3천834억원,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에 대한 콜옵션 행사 7천715억원)을 투자해 7조원이 넘는 돈을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의 그간 외환은행 투자에 대한 수익금은 하나금융과 지분매매계약 대금 4조4천59억원, 과거 보유지분 일부 블록세일을 통한 수익 1조1천928억원, 배당금 총액 1조7천99억원 등이다.

8년 남짓의 투자기간 누적 수익률은 약 220%, 연 환산수익률은 3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금을 내야할 경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론스타는 자기자금 1천704억원, 차입금 1조1천679억원으로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했는데, 차입금은 연 이자율 6%로 이자만 한해 700억원 넘게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손에 쥐는 돈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가 넘는 수익률은 물론 높은 수준이지만 사모펀드가 추구하는 수익률 기대치를 고려하면 폭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뉴브릿지캐피탈은 1999년 제일은행을 5천억원에 사들여 2004년 1조6천500억원에 팔아 5년간 누적 수익률이 론스타보다 높은 230%에 달했다"며 "외환은행 인수는 괜찮은 투자였지 폭리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라도 같은 시기 종목을 잘 골라 주식을 샀다면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라며 "부실은행 낙인이 찍혀 매수자가 없을 때 론스타가 리스크는 떠안고 투자에 나선 점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떠나 유럽으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에 대한 재상고를 포기한 것은 외환은행 매각대금을 챙겨 다른 곳에 투자하기 위해서라는 소문도 있었다.

론스타는 이번에 한국을 떠나면 유럽을 새로운 투자처로 삼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론스타의 과거 투자행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론스타의 펀드 설립은 1980년대 말 미국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립 당시부터 부실자산 투자전문 펀드회사로 출발한 것이다. 주요 대상은 부실채권, 부동산 등이다.

국내에 이름이 알려진 것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과 일본의 부실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부터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 동안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다가 발견한 아시아의 위기는 론스타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따라서 재정위기로 부실채권 등 괜찮은 매물이 쏟아지는 유럽을 론스타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 관계자는 "론스타는 금융위기를 이용한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상당히 축적했을 것"이라며 "유럽에 들어가서도 싼값에 매물을 사들여 위기가 완화되면 비싼 값에 되파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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