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을 축복할 수 있을까. 전기를 꽂아야만 움직이는 기계가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상처받은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5개 국어로 축복 메시지를 전하는 ‘로봇 목회자’가 마르틴 루터의 고향이자 종교개혁의 성지인 독일 비텐베르크에 등장했다고 30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BlessU-2(블레스유투)’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아직 성경구절을 들려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래 교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블레스유투는 터치스크린이 있는 가슴과 두 개의 팔, 머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능은 비교적 간단하다.
사람들이 터치스크린으로 듣고 싶은 성경 구절을 선택하면 로봇이 사람의 음성으로 들려준다. 목소리는 남녀 변환이 가능하다.
또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로봇은 “하나님은 당신을 축복하고 보호하신다(God bless you and protect you)”는 식의 짤막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때 양팔이 올라가거나 손에서 불빛이 나오기도 한다. 로봇은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고 원한다면 성경구절을 인쇄해준다.
이 로봇은 엔지니어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알렉산더 비데킨드 클라인이 종교개혁 500주년 전시회에 맞춰 개발한 작품이다.
클라인은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16세기 인쇄혁명의 바람을 타고 유럽 전역에 종교개혁을 일으킨 것처럼
기술의 진보가 미래 교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논제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로 작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블레스유투는 종교개혁 500주년 전시회 현장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공개 첫 주에 600번 이상 축복 메시지를 전했다.
블레스유투는 오는 9월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인기는 모았지만 로봇 목회자가 당장 인간을 대신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로봇 책임자인 슈테판 크렙은 “많은 사람들이 블레스유투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만 로봇은 결코 목회자의 사역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다만 기술의 진보를 신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를 논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