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교통사고 마의 8cm 법칙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5년간(2008~2012년) 교통사고 통합데이터베이스와
기상청의 기상관측 데이터를 연계해서 도출한 결과다. 눈이 1cm 더 올 때마다 교통사고 증가율은,
다소 편차가 있지만, 평균 10.6%. 눈이 1cm 더 올수록 교통사고는 10%씩 늘어난 셈이다.
눈이 쌓인 날 평균 교통사고 발생 건수(4.153건)는 눈이 오지 않는 날 사고(2,533건)의 1.6배에 달했다.
부상자 수 역시 눈이 쌓인 날 평균이 6,447명으로 눈이 오지 않는 날 부상자 수(3,925명)의 1.6배다.
눈이 많이 쌓일수록 사고 건수와 비슷한 배율로 부상자 수도 늘어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적설량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차량의 안전성 향상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눈길 사고가 대부분 서행 중 일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눈 쌓인 날의 교통사고 비용은 6,104억 원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1,221억 원이다.
인적피해가 854억 원, 물적피해가 367억 원으로 7대3의 비율이다.
사고비용은 2008년 833억 원에서 2012년 1,612억 원으로 1.9배가 됐다.
우선, 눈이 온 날이 12일에서 15일로 늘었기 때문이고, 자동차 대수가 증가
(2008년 1,679만대 -> 2012년 1,887만대)했으며, 수리비용이 비싼 수입차 점유율이 늘어난 것
(2008년 6.04% -> 2012년 10.01%)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한 가지 수치와 해석이 걸린다.
적설량이 8cm를 넘어서면 사고 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부분. 연구소 측은
“눈이 올 때 자가운전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8cm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8cm 넘게 눈이 올 것 같으면 자기 차를 끌고 나오는 걸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시간 신적설이 5cm이상 예상될 때’ 대설주의보가 발효된다.
연구소 측은 “대설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면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되고,
자가운전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과연?
왜 6cm, 7cm도 아닌 하필이면 8cm가 넘게 와야 교통사고가 줄어든단 말인가?
이번 조사는 전국 93개 기상관측소를 기준으로 한다.
관측소가 설치된 지역의 적설량과 해당 지역의 사고 건수를 산출한 뒤, 전국 단위로 평균을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여러 통계상의 오류를 내포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눈이 8cm 넘게 오는 지역의 편중성.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교통량이 많지 않은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강원도와 충남북 일대. 교통량이 원래 많지 않은 지역이라면
비슷한 양의 눈이 내려도 발생하는 교통사고 건수도 원천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지역의 교통사고 건수를 전국 단위로 평균화하는 방식은 수치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또 8cm 이상의 적설이면 상당한 수준이고,
교통통제 등 여러 외부 요인 때문에 교통사고 건수가 적게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8cm 이상 눈이 내린 날의 수가 그 이하의 적설을 기록한 날의 수보다 적기 때문에
평균을 산출하는 표본의 크기가 적을 수도 있겠다. 너무 적은 표본은 통계적 오류를 내포하기 십상이다.
물론 8cm라는 게 3단 논법처럼 완벽한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인간행동의 경험적인 변곡점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자가운전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자신하기에는 좀 더 정교한 통계 변수의 조정과 정치한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