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 전환 묘수 없다…난처한 금융당국
금감원, 은행ㆍ카드사 현장점검…"인식전환 없으면 어려워"
위조ㆍ복제에 취약한 마그네틱 방식의 카드를 집적회로(IC)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두고 당국이 난처해졌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보안성이 강한 IC 카드로 교체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데다 카드 교체율을 높일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6일 주요 은행과 신용카드사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국내에 발급된 카드 4천900만장 가운데 아직 IC 카드로 전환되지 않은 마그네틱 카드 900만장의 실태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마그네틱 카드는 복제가 쉬워 불법 현금인출이나 계좌이체 사고가 빈발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업계와 함께 2004년부터 IC 카드 도입을 추진, 지난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동화기기(CDㆍATM)에서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금 거래를 하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마그네틱 카드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은행 창구에 줄을 서 IC 카드로 교체하는 등 일부 불만이 제기되자 해당 조치의 시행을 오는 6월로 미뤘다.
일단 3개월가량 시간을 벌었지만, 이 기간 모든 마그네틱 카드가 IC 카드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소비자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IC 카드로 전환하려면 직접 은행을 찾아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유도할 묘수가 현재로선 없다.
금융회사들은 문자 메시지(SMS), 이메일, 우편물 등으로 IC 카드 전환을 홍보했으나 실적인 미미한 수준이다.
마그네틱 카드 소지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교체를 권유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화를 받고도 은행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데다 되레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오해받을 소지마저 다분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신의 카드가 마그네틱 방식인지 IC 방식인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바꿀 의지가 없는 소비자가 많다"며 "마그네틱 카드로도 신용결제는 가능해 굳이 은행에 가는 수고를 하려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선 굳이 IC 카드 전환에 시한을 두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위ㆍ변조에 노출된 마그네틱 카드를 고집하다가 피해를 봐도 어디까지나 자기 책임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온 국민을 강제로 은행 창구로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이대로면 6월까지도 IC 카드 전환이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민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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