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경기순환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방문한 김 총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국회가 정부를 많이 견제하고 재정도 비교적 건전하게 하고 있다. 언론도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선거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가 움직임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김 총재는 "장기적인 물가 기대심리를 관리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총재는 일반 국민의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심리가 4%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전문가들은 3.4% 정도로 본다고 소개하고 "이런 갭(차이)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기대심리 관리를) 금리로만 할 수는 없으며 기대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거시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건전성 유지와 경기 부양 필요성이 상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업무영역"이라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현재 통화정책은 돈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금융환경 자체가 그렇게 타이트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시장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는 가령 `몇 달째 금리 동결'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마치 금리를 동결하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런 표현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리가 20개월 동결돼 있다가 자신이 한은 총재에 취임하고 나서 다섯 번 인상한 것을 상기시키고, 시장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할 말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국 경제가 좀 더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국제무대에 나서야 한다는 고언도 했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될까만 따진다면 국제무대에서 바로 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선진국이 (현안을)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생각하는데 우리가 우리의 처지에서만 바라본다면 (국제무대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