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유가 급등 땐 저소득층 지원 필요"
한국 경제가 국제유가 상승으로 받는 충격이 1990년대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유산업의 발전으로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 유가 상승이 수출에 플러스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9일 `유가 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변화' 보고서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유가 충격을 비교·분석했다.
KIEP가 `벡터자기회귀모형'(VARX) 분석을 통해 유가 충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더니 1990년대 유가 충격은 수입액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그러나 수출액, 산업생산, 물가에는 유의미한 반응이 없었다.
1990년대에 유가가 1%포인트 오르면 수입은 월간 0.19~0.34%포인트 증가했다. 유가 충격이 수입에 미친 영향은 충격이 발생한 지 5개월까지 지속했다. 유가가 1%포인트 오르면 수입은 향후 1년간 3.91%포인트 수준으로 늘어 순수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2000년대에는 유가 충격에 따른 수입 증가폭이 1990년대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심지어 수출은 늘어나는 현상이 생겼다.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제품 수출액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가 1%포인트 상승은 수출을 월간 최대 0.14%포인트, 수입은 최대 0.26%포인트 증가시켰으며 연간으로는 수출을 0.78%포인트, 수입을 1.87%포인트 늘렸다.
유가 충격이 연간 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1990년대의 3.91%포인트보다 2000년대에 절반가량 작은 것이다. 산업의 석유 의존도가 낮아진 덕분이다.
KIEP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로 산업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에서 에너지효율성도 제고되고 있어 이전 시기보다 유가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2000년대의 유가 충격은 산업생산과 물가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유가가 1%포인트 오르면 수출 증가에 따라 산업생산은 월간 최대 0.1%포인트, 연간 0.44%포인트 늘었다. 또 유가 1%포인트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월간 최대 0.01%포인트, 연간 0.09%포인트 끌어올렸다.
KIEP는 "유가 충격은 2000년대 이후에도 순수출 감소, 물가상승 등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수출증가와 산업생산 증가 등으로 1990년대보다는 그 영향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유가 충격은 이전보다 국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KIEP는 지적했다.
현재 저소득층의 석유난방 비중이 42%로 평균 31%보다 크게 높다. 난방에 사용되는 등유 가격은 1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1%나 올랐다.
KIEP는 "저소득층은 교통비와 난방비 상승으로 직접적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유가급등 시 제도적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민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