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난다. 당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으로 휴가 계획을 장기간 미룰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예정대로 8월초에 휴가를 쓰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수경제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휴가를 가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하고 향후 국정운영을 구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동안 취임 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왔다. 이번 휴가가 재충전을 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휴가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휴가 중 민생 현장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휴가 일정에 맞춰서 실장들이나 수석들도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대기 비서실장의 경우 휴가 기간에도 출근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후 80여일만에 맞는 첫 휴가지만 윤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로 주저앉았다. 사실상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30%가 무너진 것으로 6주 연속 하락하다 지난주 내림세가 멈췄지만, 이번 주 또다시 떨어졌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전국 모든 곳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 보다 높았다. 현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고 볼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47%, 잘하고 있다는 여론이 40%로 조사됐다. 연령대에서는 60대 이하 모든 연령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70대 이상만 긍정평가가 48%, 부정평가가 34%로 긍정평가가 더 높았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문자 파동' 여파도 지속되고 있다. 주말을 포함하면 열흘간 직접적인 입장을 언급할 기회는 없겠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직접 마무리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윤 대통령이 국민소통 창구로 활용해온 취재진과의 출근길 문답은 문자메시지 파동 이후 사흘째 열리지 않았다. 공교롭게 외부 일정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 메시지 파동으로 민심이 나빠지자 질의응답을 일시적으로 피하며, 특유의 정면돌파 대신 우회로로 일정 조정을 한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은 다만 현장 일정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정국 타개용 '반전 카드'를 모색하기 위한 구상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민생 위기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따른 경찰의 집단 반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다가오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새롭게 제시할 국정 방향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