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50.1% 대 문재인 후보 48.9%. 오차 범위 안이기는 했지만 생방송으로 이를 지켜보던 여야 당사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 당사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온 반면, 민주통합당 당사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지옥과 천국을 오간 셈이었다.
한번 잡은 승기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는 3% 안팎의 표차를 유지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계속 앞섰다. 방송사들이 "박근혜 후보 당선 유력"이라는 자막을 낸 데 이어 얼마 뒤 "박근혜 후보 당선 확실"이라는 자막까지 띄웠다.
몇몇 지지자들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고 있던 박근혜 후보의 삼성동 자택 앞은 어느 새 이웃 주민들까지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박 후보 집 담벼락에는 "민생 대통령 박근혜"라거나 "박근혜 대통령" 같은 문구가 나붙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박근혜 후보가 언제 자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느냐였다. 사람들은 첫 여성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싶어했다. 박근혜 후보 수행팀에서는 박 후보가 좀 더 개표결과를 지켜본 뒤 자택을 나와 여의도 당사로 향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박 후보는 광화문에서 발표할 대국민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 10시 40분쯤, 마침내 박근혜 후보가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골목은 이미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박 후보는 환하게 웃으며 환영나온 지지자와 이웃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 후보는 한참을 걸어 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를 한 뒤 차량에 올랐다. 취재진은 수십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새 대통령 당선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았다.
박 당선인은 당사에 들러 선대위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기자실에 들러 짤막한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 밤 11시 50분쯤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박 당선인은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특별무대에서 "보내주신 신뢰와 뜻을 깊이 마음에 새기면서 국민행복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 당선인 주변에는 선거 기간 동안 경호를 맡아왔던 경찰 대신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전 6시 투표 시작에서부터 밤 12시 대국민 메시지로 선거의 종지부를 찍기까지, 피말리는 18시간의 숨가쁜 릴레이는 첫 여성 대통령 탄생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