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후 2시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중고차매매단지에 임모(43)씨 등 4명이 찾아왔다. 매매단지에서 4년간 일한 적이 있는 임씨는 주인 심모(52)씨와 안면이 있는 사이. 임씨 일행은 3억5000만원 짜리 중고 벤츠 마이바흐(사진)를 시승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주민등록증을 맡겨야 하지만 임씨와 친분이 있는 심씨는 아무 의심 없이 차를 내줬다. 그러나 차를 타고 나간 일행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고가의 중고 외제차를 훔쳐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14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임씨는 차량 절도단에 소속된 바람잡이였다. 물색조와 함께 움직이며 차량을 훔친 임씨는 알선총책 김모(33)씨에게 차를 넘겼고, 김씨는 1억2000만원을 받고 통관조 이모(32)씨에게 차를 넘겼다. 그러면 이씨는 폐차 직전의 저가 중고 외제차를 헐값에 구입해서 꾸민 수출용 말소 서류를 훔친 차량에 첨부해 세관에 제출했다. 1만대 당 1대 꼴로 서류와 차량을 대조하는 세관에서는 이들이 제출한 엉터리 서류가 모두 무사 통과됐다.
물색조, 바람잡이조, 운반조, 통관조 등으로 나뉘어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활동한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홍콩, 중국 등지로 빼낸 외제차만 6대. 이들은 '시운전을 하겠다'거나 '차량에 내비게이션을 달겠다'는 식으로 속여 포르쉐 카레라, 재규어 등을 훔쳤다. 모두 합치면 시가로 10억8300만원이나 되는 고급 차종들이었다.
이들이 훔친 차량 중에는 유명가수 A씨의 레인지로버도 있었다. 이 차량은 A씨가 군에 입대하면서 후배에게 관리를 부탁한 차량인데, 후배의 지인이 1000만원을 받고 이들 일당에게 넘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알선총책 김씨 등 4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바람잡이 임씨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김씨의 이메일에서 다수의 외제차 사진을 발견하고 이들의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절도단 총책 정모(54)씨 등 달아난 6명을 뒤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