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과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녹여낸 뮤지컬 <빨래>는 2005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1.000회가 넘게 장기공연을 이어왔다.
명랑씨어터 수박의 추민주 대표가 연출한 뮤지컬 <빨래>는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로 서울살이에서 상처받은 아픔과 설움을 위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의 화려함보다는 ‘빨래’라는 서민적 소재를 사용해 내가 사는 이곳, 나와 너의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무대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의 애환을 펼쳐 보인다. 그 속에는 이주노동자, 서울로 상경한 자취생, 장애인 아이를 둔 노모, 아이가 딸린 과부, 버스 운전수, 비정규직 여성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꿈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이주노동자 솔롱고, 대학공부를 위해 강원도에서 서울로 옮겨 왔지만 비정규직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나영, 사지절단에 하반신 마비가 온 자식을 40여 년간 키워온 주인 할매, 돈도 많이 벌고 남자도 많이 만나고 싶다는 애 딸린 과부 희정 엄마가 그 주인공이다.
연극 속에서 ‘빨래’는 솔롱고와 나영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슬픔과 애환, 얼룩진 삶을 정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무대는 달동네, 빨래판, 서점 등으로 적절히 변한다. 한 치의 쉴 틈도 없이 이루어지는 무대전환과 다채로운 조명은 관객들을 작품에 좀 더 몰입하게 한다. 무대에 설치된 현실감 있는 배경들과 함께 배우들이 가지고 나오는 소품들 또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서민들의 애환을 소소히 잘 담아낸 뮤지컬 넘버도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담당한다. 가사에는 서민들의 생활과 정서를 적절히 표현하며 그들의 굳은 의지까지도 표현돼 있다. 또한 배우들의 1인 다역은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명랑하고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이 작품은 곳곳에 배치된 웃음 코드와 배우들의 현실감 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해묵지 않은 감동과 신선한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