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독 주택 및 아파트 등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이른바 '전세자금 대물림'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자금 대물림은 자신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등을 전세로 임대한 뒤 다른 지역, 또는 다른 형태의 주거지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실제 거주 집의 전셋값 인상부분을 자신 소유의 집을 전세로 거주하는 세입자들로부터 충당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1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전셋값 동반상승을 부추겨 전반적인 전셋값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전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가 소유자들이 거주하는 전셋값 인상에 따라 도미노 현상처럼 1차, 2차 세입자들도 함께 전셋값 인상에 따른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김모씨(35)는 지난 2009년 4월께 서울 월계동에서 106㎡(32평형) 아파트를 시세보다 5000만원 저렴한 가격인 1억5500만원에 계약, 현재 거주 중이다.
내년 4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김씨는 '대란'으로 비유될 정도로 치솟는 전셋값에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실주인 역시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살고 있어 실주인 거주지 전셋값이 오를 경우 자신의 전셋값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세를 얻었고 실소유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전셋값이 올랐다는 소문이 나돌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내년 4월에 전세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실소유자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경기 부천의 집을 전세 주고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로 주택을 임대한 이모씨(37)는 최근 실소유주로부터 전셋값 1000만원을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에 대한 전셋값도 올렸다.
이씨는 "부천 전세가격이 7000만원 정도지만 서울에서는 연립주택을 전세로 얻을 수 있는 가격"이라며 " 서울 집주인이 전셋값 인상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전셋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박모씨(43)도 "목동에 집이 있었는데 대출을 많이 받고 사는 바람에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느라 살림이 빠듯해 기존 집을 전세로 돌리고 지금은 등촌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며 "등촌동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돼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기존 집의 전셋값을 올려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