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24도였던 10일 낮 12시 서울 명동의 한 쇼핑몰. 1층 출입문이 모두 열려 있는 가운데
입구에 설치된 에어컨의 희망온도는 1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매장 앞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한기가 다 뿜어져 나올 정도.
매장 내부는 더 심했다. 대부분 반팔 차림인 소비자들과 달리, 매장 안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하나 같이 긴 팔 티셔츠를 입거나 심지어 점퍼까지 걸치고 있었다. 직원 김모씨는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잘 들어오지 않고 조금이라도 덥다 싶으면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에 이 날씨에도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다"고 말했다.
화장품과 의류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명동 일대 50여 곳의 매장은 대부분 출입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풀 가동하고 있었다.
지난해 전국을 암흑으로 몰고 갈 뻔 했던 9ㆍ15 정전대란 이후 8개월 여가 흘렀지만 에너지 과소비 실태는 여전했다.
낮 최고기온이 26도를 찍은 오후 3시, 대형 의류브랜드 매장 등이 밀집한 강남역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20여 곳의 매장 가운데 10여 곳 역시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훤한 대낮인데도 조명은 눈이 부실 정도였고, 인근의 대형 건물 에스컬레이터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에너지를 물처럼 펑펑 쓰다 보니 전력수급엔 벌써 빨간 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