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올해 들어 탈북 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주민들의 목숨을 건 탈출은 계속되고 있다.
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 주민 21명이 5t급 목선을 타고 지난달 30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하던 중 해군 함정에 발견됐다.
이들은 처음부터 귀순 의사를 밝힘에 따라 같은 날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부두로 인도돼 현재 정부 합동신문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배에는 어린이와 성인이 비슷한 비율로 타고 있었고 남녀 비율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한 배를 이용해 귀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월5일 31명이 목선을 타고 집단 남하한 사례가 있었으나 당시 4명만 귀순을 원해 나머지 인원은 북측으로 송환됐다.
이번 귀순은 가족 단위로 탈북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북한 당국이 국경 지역를 중심으로 경계태세를 크게 강화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이 발간한 '오늘의 북한소식'(409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월11일 일가족 9명이 소형선박을 이용해 월남하자 해당 지역 보위부원과 보안원을 보직에서 해임했다.
또 보위부는 국경지역에 대한 통제 강화를 요청하는 지시문을 전국에 내려 보내는 한편 국경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 발급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의 경계태세 강화와는 별도로 소형 선박을 이용한 탈북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모험'이라는 것이 해운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귀순에 활용된 선박이 5t급 목선이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대략 길이가 10m, 폭은 2m 남짓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5∼6명이 타기에도 비좁은 배에 21명이 타고 바다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5t급 목선은 파고가 2m만 돼도 뒤집힐 우려가 있다"며 "간혹 목선이라 하더라도 위성항법장치(GPS)를 구비하는 경우가 있지만 GPS마저 없었다면 자신들의 운명을 조류의 향방에 걸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박을 이용한 귀순은 최근 들어 느는 추세다.
올해 들어 배를 타고 서해를 통해 귀순한 사례는 이번이 네번째이며, 동해를 통한 귀순까지 합치면 해상 경로를 이용한 귀순 사례는 6차례에 이르고 있다.
해상 귀순은 1987년 김만철씨 일가족 귀순 때만 해도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2002년 이후에는 매년 1∼4차례에 이를 정도로 해상을 통한 귀순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경제난과 식량난 등으로 주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지고 체제 이완이 심화하면서 귀순이 잇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1, 2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지난해 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5ㆍ24조치) 등에 따라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북중 국경지대 경계가 강화돼 육로 탈북이 어려워지면서 해상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