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구청장이 형제들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자신의 직위를 악용했다가 결국 구속됐다.
인천 A구청장의 비뚤어진 `형제애'는 지난 2005년 형제 2명이 인천 운남지구 토지구획 정리사업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비롯됐다.
A구청장의 형제들은 운남지구 내 소유하고 있던 1천82㎡의 땅이 근린생활시설용지가 아닌 일반주거용지로 환지 지정되자 운남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이하 운남조합)을 상대로 환지 예정지 지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3년여에 걸쳐 법정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2008년 8월 최종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땅의 성격을 둘러싼 공방은 최종심 판결을 계기로 끝나는가 했지만 A구청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 구청장으로 새로 부임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형제들은 A구청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이번에는 운남조합을 상대로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환지 처분 과정에서 2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A구청장은 자신의 지위를 십분 활용하며, 형제들의 승소를 위해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A구청장은 주간업무회의에서 운남조합이 진행 중인 사업과 관련, 인천시에 감사를 요구토록 간부들에게 지시했고, 해당 부서는 실제로 운남조합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에 의뢰하기도 했다.
A구청장은 같은 해 12월 구청장실을 방문한 운남조합 조합장에게는 사업 협의 관청의 수장인 자신의 도움 없이는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니 임의 조정에 합의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운남조합 측은 결국 A구청장의 압박에 못 이겨 지난 4월 형제들에게 13억원을 지급키로 하는 내용의 임의 조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조합 측이 "구청장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 합의를 하게 됐다"며 지난 8월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검찰은 A구청장이 조합장에게 폭언을 섞어가며 합의를 강요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조합으로부터 확보한데 이어 구청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23일 소환 조사한 끝에 이날 A구청장을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A구청장이 개인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자치단체장의 공적인 직권을 악용했고 조합의 사업과 관련해 부하직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A구청장은 옥중에서도 구정 직무를 볼 수 있지만 기소 이후에는 직무집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부구청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A구청장 측근은 "지금은 어떤 말이라도 하기 곤란하다"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이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