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얼마 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역 광장을 지나 중림동으로 가는 육교를 지나가게 되었다. 육교 입구에 들어서자 엄청나게 역겨운 냄새로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냄새 사이에서도 많은 남녀 노숙자들이 구석구석에 앉아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거리노숙자는 정상적인 노동을 하지 못하며 상습적이고 과다한 음주로 사실상 노동의지와 능력을 상실한 경우이다. 역 주위에서 소주병 끼고 사는 모습이야 늘 보는 모습이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구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옛 거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가족해체형 또는 무기력 노숙자 등으로 이미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소외가 누적되어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유랑 거지들은 흉년이 큰 원인으로, 왕은 등급을 가려 양식, 옷, 움집 등을 대주고 굶어 죽은 거지는 제사를 지내주기도 했다. 또한 이들을 종으로 삼아 생활 터전을 만들어 주는가 하면, 한성부의 거지들은 노자를 주어 원적지로 보냈다.
그러나 일부 관리들은 거지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하여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영조 9년(1733) 음 5월, 경상도의 떠도는 거지가 1만 1천 6백 85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미국에도 노숙자는 있다. 그들은 대개 알코올 중독자이거니 마약 중독자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역에서 종이 박스로 영역을 구축하는 멀쩡한 노숙자도 눈에 띈다.
지난 6월 수원시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남수문을 90년 만에 완전 복원했다. 복원된 남수문은 홍예문 아래 하부 상자를 설치, 큰비가 내릴 경우 빗물을 내보낼 수 있다.
또 어도도 설치, 물고기들이 수원천을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남수문은 지동다리 위 쉼터를 앞에 두고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등 차별화된 전통시장과 맞물려 더욱 돋보인다.
팔달문 시장에는 깔끔한 화장실도 구비하고, 앞 쉼터에는 백성을 생각하는 불취무귀의 정조대왕 좌상도 있다. 시장을 찾는 방문객은 물론 관광코스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곳 쉼터는 자칫 노숙자들이 머물기 십상이다. 이미 정조대왕 좌상 앞에는 불취무귀를 곡해하듯 주객의 빈 술병이 남겨있기도 하고, 긴 의자에는 때에 전 시커먼 복장에 냄새를 풍기며 누워있는 사람도 있다.
깨끗한 화장실과 수원천변은 이들의 세척과 배설에 여유로움까지 준다. 자칫 노숙터의 기미가 보인다. 상인들은 짜증나고 행인들은 발을 돌린다.
노숙자 문제는 상인, 시민뿐 아니라 관할 경찰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역 노숙자가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료급식도 큰 이유란다.
새로운 관광코스인 이곳이 행여 노숙자의 쉼터로 방치한다면 모두의 불행이다. 또한 조금이나마 그들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듯 강제 퇴거한다면 이 또한 불행이다. 아무쪼록 남녀노소 방문객 모두의 여유로운 쉼터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
또 한 가지 노파심은 중국음식점을 떠올리게 하는 한결같은 붉은색, 노란색 간판이 눈에 거슬린다. 산또리니 지방의 흰색과 푸른색의 조화는 아닐지라도, 앞으로는 간판의 숫자, 위치. 크기를 고려한 수원시 상징물 또는 로고와 연관된 색의 조화는 어떨지?
인천/ 정성수 glory828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