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상가에 갔는데 마침 장례식장 입구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고인의 가족과도 아주 가까이 지내던 터여서 그랬는지 남편과 초등학생, 중학생 남매까지 함께 문상을 왔다.
보통 상가에 가면 고인의 유가족 외에는 어린 청소년들은 보기 힘든데 이렇게 아이들까지 데리고 온걸 보면서 진정한 문상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그 친구의 사려 깊은 마음 씀씀이에 존경스러움이 생겼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만났으니 우선 반갑게 인사를 나눈후 고인이 모셔져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조화들이 상가 복도에 죽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데...
함께 온 두 남매가 신발을 벗어 놓고 올라서자마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나와 제 엄마 아빠가 벗어 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해 놓은 다음 돌아 서는게 아닌가. 그래봤자 1분도 안 걸리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놀랍고 부러웠다.
솔직히 시민기자도 수많은 장례식장에 가 보았고, 장례식장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이는 많은 곳을 다녀 봤는데 시민기자 본인 뿐만 아니라 거의 누구에게서도 자신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돌아서는 사람은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는 수많은 문상객들의 신발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것이 보기 흉해 신발을 정리하는 사람을 따로 고용하거나, 가족 친지중에 한명이 신발 벗어놓는 곳에 서서 일일이 사람이 오갈때마다 신발만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신발이 사라지고 신발을 분실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다 보니 "신발은 봉지에 싸서 들고 들어가세요"라는 안내문과 함께 봉지를 제공해 주는 곳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가지런히 잘 정돈돼 있는 곳이라면 신발이 사라지거나 분실하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
문상을 마친 뒤 친구더러 살짝 물었다. 아이들이 어쩜 저렇게 바르냐고.
친구는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면서 유치원 다닐때 신발정리를 배웠다고 하는데 그 후로 그것을 잊지 않고 잘 실천하고 있는것일 뿐이라며 특별이 집에서 더 가르친건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는 소위 배꼽 인사라고 하여 두 손을 가지런히 배꼽 부위에 대고 공손히 허리숙여 인사 하는법부터 가르친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배웠다며 한동안은 그런 인사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그런 인사가 사라지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인사로 변했다.
신발정리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네 아이들은 바르게 배운것을 잊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는 경우에 속했다. 물론 부모의 가르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본다. 친구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친 것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친구처럼 가르치지 못한 것이고.
사실 장례식장 뿐만 아니라 가끔씩 외식을 하러 식당에 가 봐도 대부분 손님들이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상가집이나 잔칫집에 가도 마찬가지로 이런 모습을 보면 신경이 쓰인다.
보통 어느 가정을 방문할 때 맨처음 신발의 정리여부가 눈에 들어온다. 한 사람의 기본예절을 판단할 때 신발을 신고 벗는 것을 보아도 알 수있다고 한다.
여러 대중들이 모이는 시설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신발을 그냥 벗어 놓고 들어가니 어지러이 흐트러진 모습이 영 보기 안좋다. 이렇게 정리정돈이 안된 상태에서 나갈 땐 다른 사람의 신발을 밟는 경우도 흔하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깨끗이 광택을 내어 신고 온 것이 다른 사람들의 신발에 마구 밟혀 항의를 하는 일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런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나 스스로 신발정리를 안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나부터 신발정리를 잘 하고 들어간다면, 그리고 다른사람들 마찬가지로 그렇게 신발정리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보기에도 좋고 내 신발이 밟히거나 광택이 죽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신발을 신발장에 넣는 것이 생활화 돼있다 한다. 그들은 침대생활을 하는데 신발을 신고 벗는 예절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 그럴 것이다.
또한 일본인이나 재일동포들의 일상생활을 보면 그들은 신발장에 신발을 넣을 때도 꼭 신발코가 앞으로 나오도록 가지런히 두는 습관이 배어 있다. 그들이 우리의 신발문화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들도 이런 작은 기본예절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어른들도 서로 지키는 문화가 커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인천/ 정성수 glory828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