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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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2008.07.28 00:5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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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엔도 슈사쿠 최대 야심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요, [침묵]을 쓰게 되신 배경은?

제가 1960년 말에서 1962년 여름까지 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했는데, 투병 중에 나가사키에서 성화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에도 시대에 그리스도교를 금하고 신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막부가 고안해 낸 것으로서 성모 마리아상이나 예수 십자가상 등을 동판이나 목판에 새겨 발로 밟게 했지요. 제가 본 성화판에도 거무스름한 발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그 성화판을 밟은 사람들의 모습이 제 안에서 살아났습니다. 그 후 1965년 1월부터 [침묵]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하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것은 1549년 8월, 자비에르를 비롯한 여섯 명의 신부가 가고시마에 도착하면서입니다. 그 후 그리스도인의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1590년대에 이르러서는 무려 전체 인구의 1.3퍼센트가 그리스도인이 되었지요. 하지만 히데요시 시대의 봉건정책과 맞물려 기독교 박해가 심화되었고, 1614년에는 그리스도교 대박해령이 전국적으로 선포되어 외국인 선교사 400여 명이 마카오와 마닐라로 추방되었습니다. 이후 영주들의 학정과 그리스도교 박해의 결과로 대반란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시마바라 난’(島原の亂)입니다. 시마바라 난 이후 쇄국령이 내려져 네덜란드인을 제외한 외국인 입국을 금하고 1641년에는 네덜란드인까지 나가사키 데지마로 이주시켜 막부의 감시를 받게 했는데, [침묵]은 시마바라 난 진압 이후인 1637년부터 1644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인지요?

이 작품은 역사소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다루고 있는 사건도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로드리고는 요세페 캘러라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로드리고의 일본 이름 오카다 산에몬(岡田三右衛門)은 요세페 캘러의 일본 이름 오카모토 산에몬(岡本三右衛門)에서 따 왔지요. 요세페 캘러는 이노우에 지쿠고노가미의 고문과 ‘구멍 매달기’ 형벌을 받고 파교한 다음, 일본 여인을 아내로 맞아 이노우에가 살던 저택에서 생활하다가 1685년 8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나가사키 데지마 네덜란드 상사원 요나센의 일기’도 역사문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소설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러를 포함한 세 명의 선교사가 일본에 잠입하여 모두 배교했지만, 작품 중에는 한 명의 선교사는 잠입하지 못하고 다른 한 명은 순교한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비겁자나 배신자를 등장인물로 한 작품이 많은데요.

성경이 그렇듯이 제 작품에도 비겁자, 겁쟁이, 배신자로 그려진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예수를 팔아 버린 유다는 물론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마저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배신자였습니다. 침묵에 나오는 기치지로가 그랬고, 결국 로드리고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연약한 자들까지도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의 은총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는 결코 존재의 결핍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 아닐까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종교적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하나님 혹은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

저는 일생 동안 하나님을 탐구해 가며 인간 영혼과 육신의 싸움과 갈등을 주제로 작품을 써 왔습니다. 제가 고백하는 예수는 ‘동반자 예수’입니다. 율법이나 교회에 갇혀 있는 예수, 서양 풍토에나 맞는 예수가 아닌 ‘항상 우리 곁에 계시며 우리의 고난에 귀 기울이시고 우리와 함께 눈물짓는’ 그런 예수지요. 그러므로 그분은 심판의 하나님, 분노의 하나님이라기보다는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사람들이 꺼려하고 싫어하는 병자나 세리나 창녀에게 한없는 사랑을 보여 주시며 그들의 고통을 나누어 지시는 분이지요.

 
기사게재일: [2003-04-12 오후 7: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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