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평안을 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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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평안을 주노라

   

2008.07.28 01: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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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합니다. 그래도 위안인 것은 그나마 마음 한 칸이 막 나온 책 두 권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땅에, 다른 한 사람은 하늘에 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사람에, 한 사람은 시에 사랑의 눈길을 보냅니다. 박철 목사와 고 채희동 목사 얘기입니다.

박철 목사가 쓴 책 이름은 <목사는 꽃이 아니어도 좋다>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목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면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송이 꽃과 같이 아름답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고 말합니다.

읽기에는 참 멋지고 부러운데, 저래 가지고 목회 제대로 하겠나 싶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쫙 빨아들여서 열광케 하는 목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년이나 목회했으면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달을 만큼 고생했을 텐데,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싶습니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면서 드는 생각, `철들기는 영원히 글렀다.` 아니 일부러 철이 안 들려고 저 멀리 내빼는 것 같습니다.

그가 쓴 다른 책 제목만 봐도 그렇습니다. <시골 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 이름도 `느릿느릿 이야기`(www.slowslow.org)입니다. 인터넷의 최고 장점이 `빠름`인데, 사이트 이름이 `느릿느릿`이면 그 사이트 속도가 얼마나 느릴지 걱정이 됩니다.

근데, 사이트는 귤 속처럼 알차게 구성되어 있네요. 클릭할 때마다 다양한 읽을거리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습니다. 느릿느릿 작업하는 것 같은데, 그새 5권이나 책을 냈습니다. 그것도 주일마다 하는 설교를 모아서 `그까이꺼 뭐 대충` 만든 설교집이 아니라, 한 올 한 올 손으로 직접 엮어 지붕을 얹은 초가삼간처럼 아늑한 책들입니다. 속도와 내용은 별 상관이 없나 봅니다. 어쩌면 반비례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느릿느릿과 게으름의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어리석음의 고백입니다.

<목사는 …>에는 목회하면서 만난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머릿수로 읽히는 요즘, 모처럼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목회하면서 때로(어쩌면 무척 자주) `예`와 `아니오`의 갈림길에서 망설일 법도 하지만, 그는 금방 한쪽을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갈 작정을 아예 하고 있으니까요.



 
기사게재일: [2006-01-17 오후 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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