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동 목사는 지금은 이 땅에 있지 않고 하늘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 초겨울 어느 날, 아침에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저녁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순간 말을 이을 수 없었고, 슬픈 마음을 달래며 온양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간신히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온 것처럼 반갑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채희동 목사가 이 땅을 뜨기 전 18개월 동안 <생활성서>와 다른 잡지에 실었던 글을 모아서 묶은 유고집입니다. 여러 시인들의 시를 채희동 목사가 따뜻한 마음으로 길어내고 부드러운 손길로 풀어낸 묵상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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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더 좋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에게 뒷모습만 보여 주셨습니다.
밥 짓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걸레질하고, 물 긷고 밭 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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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신새벽에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뒷모습으로 거리의 깨끗함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남모르게 가난한 이들을 돕는 손길에는 요사스러운 앞모습이 아니라
이름도 얼굴도 없는 뒷모습만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것은 하늘의 영광을 비추는 앞모습이 아니라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화사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땅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뿌리가 있어야 하듯이,
새 생명은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통해 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아침마다 얼굴과 옷매무새를 곱게 하려고 부지런히 거울을 들여다보았지만, 내 속이 오롯이 비치는 뒷모습이 어떤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습니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채 목사는 믿음(앞모습)과 행함(뒷모습), 하나님 사랑(앞모습)과 이웃 사랑(뒷모습)으로, 앞모습과 뒷모습이 하나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채희동 목사는 박철 목사와 함께 <뉴스앤조이>에 따뜻한 글을 연재했던 이였죠. 채 목사는 <뉴스앤조이>에서 <꽃망울 터지니 하늘이 열리네>라는 시 묵상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고 하나님과 사람을 사랑한 목사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따로 모임을 갖고, 그가 쓴 글들이 여전히 읽히고 있습니다. 채 목사야말로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