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복(44·右) 박사가 장갑 낀 손으로 수동 휠체어를 밀어 서울대 이상묵(47) 교수 연구실로 들어섰다. 책상 앞에 있던 이 교수는 고갯짓으로 전동 휠체어를 움직여 이 박사에게 다가갔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승복 박사가 환하게 웃었다. 휠체어 위의 두 수퍼맨이 만났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병원서 재활의학과 의사로 활동하는 이승복 박사,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의 이상묵 교수. 전신마비의 사고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이들이 18일 서울대에서 만나 두 시간 가까이 그들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이날 만남은 이승복 박사가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이상묵 교수가 요청해 이뤄졌다.
두 사람 모두 별명이 '수퍼맨'이다. 1995년 낙마사고로 척추를 다쳤던 '수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와 닮았다는 것이다. 99년 척추 질환자를 위한 재단을 세웠던 리브는 장애인의 영웅이었다. 이 교수와 이 박사도 장애 극복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자연히 이런 별명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