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학원 시아프노씨
남편은 아라우조 국회의장, 미혼 대통령 옆 빈자리 맡아
동남아정치·여성인권 전공 "한국의 발전 배우고 싶어요"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해 21세기 첫 독립국가가 된
동티모르의 임시
영부인 재클린 아키노 시아프노(42)씨가 서울대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서울대는 시아프노씨가 국제대학원의 첫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돼 9월부터 강단에 선다고 28일 밝혔다.
동남아 정치와 여성인권 분야 전문가인 시아프노 교수는 "동티모르와 마찬가지로 이웃나라에 의한 식민지배 역사를 겪고도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한국의 역사와 정치, 경제를 연구하고 싶어 서울대 교수 임용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시아프노 교수의 남편은 동티모르 대통령이 아니라 페르난도 아라우조 국회의장. 그런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호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이 독신이어서 법에 따라 국회의장의 아내인 자신이 임시 영부인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7년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동티모르를 찾았을 때 영부인 자격으로 영접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필리핀 출신인 그는 런던대에서 석사,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호주
멜버른대와 동티모르 국립대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1993년 박사과정 당시 연구차 인도네시아를 찾았다가 아라우조 의장을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아라우조 의장이 동티모르 독립을 위해 싸우다 체포돼 5년간 복역하는 동안 편지를 통해 사랑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동티모르 독립 1년 전인 2001년 결혼했다.
시아프노 교수가 한국 땅을 밟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낸 국제지역학 외국인 교수 초빙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1차 공고에 15명이 지원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던 국제대학원 측은 지난 2월 최종후보 2명를 놓고 공개 면접과 강의, 개별 면접 등 철저한 검증을 거쳐 시아프노씨를 선발했다.
박태호 국제대학원장은 "동남아 전문가이고 그동안의 연구 경력과 연구 열정이 단연 눈에 띄었다"며 "면접을 하기 전까지는 동티모르 영부인인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아프노 교수는 "영부인이 외국에 나가 있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설득한 끝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나라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본국을 오가며 연구와 수업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한 나라의 대표보다는 자유롭게 연구하고 의견도 제시하는 일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동티모르도 독립한 이후 한국의 1950년대와 같은 가난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역경을 극복하고 경제대국이 된 한국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