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삼각지' 배호 40주기… 중장년 팬 모여 그의 넋 기려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짙은 색 정장을 입은 50~60대가 대부분인 가수 고(故)배호(1942~1971)의 열성 팬 30여명이 6일 오후 그의 노래비가 있는 서울 삼각지로터리에 모여 '돌아가는 삼각지'를 구성지게 불렀다. 가사처럼 삼각지에는 빗방울이 추적추적 떨어졌다.
팬들은 '배호길'이라고 이름 붙은 삼각지 대구탕골목과 한강로 사이 400m 골목도 거닐며 배호의 넋을 기렸다. 이렇게 배호 타계 40주기를 하루 앞둔 6일 경기도 양주시 에 있는 그의 묘소와 전국 각지의 기념비·노래비 앞으로 열성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배호는 1967년 '돌아가는 삼각지'를 시작으로 특유의 중저음을 트레이드 마크로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마지막 잎새' '향수' 등 40여곡을 히트시킨 당대 최고 스타. 그러나 스물아홉이던 1971년 11월 7일 지병인 신장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타계 40년이 되어가지만 추모 열기는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는 생활이 어려워진 배호의 유족을 돕거나 전국적 팬클럽을 조직하는 등 자발적·헌신적으로 활동한 중장년 팬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 참석한정용호(51) 독립유공자 헐버트박사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 팬클럽의 기틀을 다진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1980년대 유족들이 궁핍하게 산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도움을 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고인인 4대 독자 배호와 의동생까지 맺었다. 1995년 배호 어머니 김금순씨, 2003년 여동생 명신씨 장례 때는 상주 노릇을 했다. 정씨는 1998년 인터넷 팬모임 창설에 앞장섰고, 현재 서울 마포에서 '돌아온 배호'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 유족들로부터 받은 사진과 자료들을 전시하고, 한 달에 한 번 배호 노래 경연대회도 연다.
타계 40주기인 올해에는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사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달 인천 연안부두에는 '비 내리는 인천항 부두' 노래비와 흉상이 세워졌고, 배호 가요제도 열렸다. 지난달 22일 서울 석촌호수 놀이마당에서는 추모 음악제가, 지난 3일에는 용산구청에서 '용산삼각지 배호가요제'가 열렸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짧지만 강렬했던 삶, 그리고 전무후무한 음색과 창법이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팬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