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해온 이완주(여·62) 외국인노동자병원 의무원장은 “돈이나 물질에 의한 행복은 결국 더 좋은 것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나누는 행복이 여유 있고 남는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잘 나가던 소아과 의사를 그만두고 무료진료를 시작한 것은 2004년 7월. 이 원장은 “간암에 걸린 외국인 근로자가 찾아왔지만 돈이 없어 입원도 못하고 세든 집에서도 쫓겨날 처지였다”면서 “결국 호스피스 역할만 하다가 장례를 치렀고 그 때 외국인 근로자들을 무료로 진료해 줄 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이 원장의 병원에서 무료로 진료 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10만여 명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은 환자만 해도 1118명에 이른다.
이 원장은 외국인노동자병원을 세우기 위해 3억원을 쾌척하고 한 달에 1000만원씩 벌던 소아과 의사까지 그만뒀다.
하지만 이 원장은 무료진료를 통해 더 큰 것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무료진료를 하면서 이전의 생활이 부족하고 안이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무료진료를 하면서 삶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얻게 됐고 결국 내 행복의 자산이 됐으니 오히려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4년간 무료진료를 하면서 이 원장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자신의 땀과 정성을 나누어 죽어가는 외국인 환자를 살려냈을 때다.
이 원장은 “한국에는 아무데도 의지할 곳이 없는 중국동포가 담낭암에 걸려 열이 40도나 오른 상태로 병원에 찾아왔었다”면서 “모두가 죽는다고 했지만 대소변을 받아내며 정성을 다해 보살폈더니 보름 만에 의식을 차리고 한 달 만에 중국의 고향으로 돌아갔던 게 가장 뿌듯한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이 원장은 “990만원을 가진 사람은 1천만원을 채우고 싶어 조급해 한다”며 “아무리 가져도 결국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될 뿐이니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가진 사람도 항상 불행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원장은 “사람들 모두 각자 자신의 생각이 있고 행복 역시 다르게 느낄테니 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건방진 일”이라면서도 “더 좋은 것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는 행복보다는 나눌수록 더 커지는 나눔의 행복이 그래도 진짜 행복이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기남 기자(jkn@kucib.net) 기사게재일: [2008-07-12 오후 6:3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