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신임법관 86명 임명
사법사상 첫 시각장애인 판사로 27일 임명장을 받은 최영(32ㆍ사법연수원 41기)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국민과 법원이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동료ㆍ선배 법관과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판사는 이날 오전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른 신임판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시작이라 긴장되고 떨리고 설렌다. 시각장애인 판사가 처음이란 사실도 알고 있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좋은 법관이 되고 싶다"면서 "
법원행정처와 북부지법에서 많은 준비를 했는데 나도 그만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부지법 민사11부 배석으로 일하게 된 최 판사는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사용해온 음성변환프로그램을 통해 소송기록을 파악하고 재판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북부지법은 최 판사가 다니기 쉽도록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했다.
소송기록 파일 작업, 기록낭독, 영상자료 묘사 등 재판업무를 지원할 보조원도 곧 채용할 계획이다.
고3 때인 1998년 점차 시력이 나빠지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최 판사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2005년부터는 책을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현재는 방에 불이 켜졌는지만 알 수 있는 정도인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50회)에 합격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최 판사를 포함한 신임 법관 86명(여 55, 남 31)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의 재판권능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냉소의 대상이 된다"며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신뢰받을 법관의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어 "재판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 법관의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유감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부당한 공격으로부터의 재판 독립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이 역시 국민의 전폭적 신뢰를 받을 때 확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임명식에서는 창원지법 강성진(33)ㆍ김민정(29) 부부 판사가 동시에 임명됐고 한의사 경력자 중 처음 추진석(35) 광주지법 판사가 임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