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반값고시원추진운동본부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시원 거주자들의 고단한 생활과 관련,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동 반값고시원추진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토론회 내용을 듣고 나니)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열악한 주거현실 속에서 절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시원·만화방·쪽방·피씨방 얘기를 들으면서 극빈주거·자율감옥·열악한 화장실 등 18~19세기 산업화시기 때 영국을 떠올렸다"며 "당시 영국 도시에서 배려 받지 못한 계층의 모습을 21세기 서울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비영리 고시원이나 전세 고시원을 비롯해 박지성 고시원과 김장훈 고시원 등을 시도해보자는 논의도 있었다"며 "여러 정책들의 조합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경과를 소개했다.

다만 "선거법 위반이라 구체적인 방법은 말 못하지만 과연 어떤 방법이 현재 법령과 예산과 제도 속에서 가능한지를 연구해서 여러분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반값 고시원의 필요성과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철수 반값고시원추진운동본부장은 "고시원은 사회의 극빈층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라며 "비싼 고시원 이용료는 극빈층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고시원에 살고 있는 김승태씨는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한달에 50만원을 버는 경우가 있는데 이 중 고시원비 30만원을 내고 차비와 식대를 빼면 남는 게 없다"며 "결국 모이는 돈은 없고 똑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고시원을 건설하거나 매입하는 방식으로 반값고시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서종균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도 "민간부문에서 나온 거처만으로는 극빈층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공공부문에서 거처를 확보하고 그 거처의 수준을 향상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윤규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반값 고시원에 대해 가슴으로부터는 공감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어떻게 지원하느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행사성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시스템 내에서 복지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민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