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ㆍ류우익, 대북 인도지원에 '공감'
반총장 "영양결핍 3대가면 DNA 바뀐다" 우려
류장관 "국제기구 통한 인도지원 적극 검토"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대북 유연성을 국제기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북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류 장관은 5일 뉴욕 시내 유엔사무총장 관저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서 이 같은 내용의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반 총장은 "영유아의 영양결핍이 3대째가 되면 DNA까지 바뀐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인도적 지원의 절박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유엔 수장으로서의 역할과 책무에 충실한 언급이다.
반 총장은 지난 8월 방한 때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남북 간 화해 차원에서도 한국 정부가 긍정적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었다.
류 장관은 국내에서의 대북 유연성 조치에 이어 다음 단계로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의약품, 의료장비 지원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반 총장의 제안에 '적극 검토'로 화답했다.
내부적으로 고민하던 의약품과 의료장비 외에도 반 총장이 제기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식품도 유엔 기구를 통해 검토하기로 했다.
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적극 검토'를 약속한 만큼 유엔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고 있는 5.24조치 틀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백신기구(IVI)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9년까지 이들 기구에 대한 지원을 해왔지만,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지난해부터 지원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이번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의 긍정 검토에도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한 대북 지원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면담에 앞서 류 장관은 반 총장의 사저 방명록에 주역에 나오는 '강유상응(剛柔相應) 동이능항(動而能恒)'을 적었다.
류 장관은 "남북관계에 대비하면 강함과 부드러움이 상응하고, 움직여야 평화와 안정을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단호함과 부드러움으로, 또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 내겠다는 류 장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류 장관은 "'강유상응 동이능항'은 남북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고, 반 총장에게는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움직여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명록에 또 "세계 평화와 한반도 통일에 큰 기여를 하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에서 반 총장이 과거 스스로 밝혔던 방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다만, 반 총장은 "남북 간의 일반적 관계는 한국 정부가 잘하고 있으니, 그것은 통일부장관님이 하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은 당초 30분간 예정됐지만 1시간15분 간 진행됐다.
함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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